벼르는 YS 민주계 공천반납 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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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공천 결과에 대해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최광(崔洸)전 보건복지부장관 등 낙천 인사와 김광일(金光一)전 대통령 비서실장, 박관용(朴寬用).박종웅(朴鍾雄)의원 등 공천을 받은 측근들이 18일 밤부터 19일까지 상도동 자택을 찾아와 신상문제를 보고했다.

그러나 "YS는 주로 듣는 쪽이었다" 고 비서들은 전했다. YS는 측근들에게도 함구를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대로 그냥 지켜보지는 않겠다' 는 생각은 분명한 것 같다. 한 측근은 "(공천 내용에 대해) 매우 냉소적" 이라고 YS의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자신의 정치적 고향(5~13대 때 당선, 11.12대 제외)이었던 부산 서구에 이회창 총재가 '연청' 간부 출신을 공천한 데 대해 적지 않은 불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청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야당 시절 청년조직이다. YS는 "새로 공천을 받은 인사들 가운데 몇명은 현지에서 이런 저런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 이라는 보고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 않아도 YS는 최근 상도동을 방문한 일부 인사들에게 "총선 때는 부산에 갈 생각" 이라고 말해 어떤 형태로든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다만 이 때까지만 해도 YS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중립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YS가 김광일 전 비서실장을 통해 공천 요구 명단을 이회창 총재에게 전했다' 는 설이 흘러나왔을 때도 "터무니없는 얘기" 라고 일축했지만 李총재나 한나라당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李총재와 선을 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상도동 주변의 분석이다. YS를 면담한 한 측근은 "YS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인사들에게 공천 반납과 무소속 출마를 권유할 가능성이 크다" 고 전했다.

박관용 의원이 李총재에게 부총재직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이같은 상도동의 기류가 부분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남은 문제는 언제 YS가 움직이느냐가 될 것 같다. 그의 한 측근은 "당장은 한나라당이 시끄럽지 않으냐" 고 말해 한나라당 내부의 상황이 일단락된 뒤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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