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시인 아들 원보씨, 대를 이어 소설가의 길 걷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시인 김지하(본명 김영일.60)씨의 외아들 원보(26)씨가 소설가로 등단했다.

원보씨는 계간 '문학과의식' 봄호에 '마왕의 기원' 이라는 환타지소설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말 처음으로 단편소설을 한 번 써봤는데 뜻하지않게 발표하게 됐습니다.

제대로 문학공부를 하기도 전에 등단부터 해 좀 당황스럽습니다."

그는 아버지와 외할머니(소설가 박경리)에 이은 3대 작가라는 소리에 부담스러워하는 듯했다.

어려서부터 책을 쉽게 접했다거나 외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란 집안의 분위기등에서는 영향을 받았겠지만 '문학적으로는 크게 영향받은 것이 없다' 고 말했다.

자신의 소설은 환타지라는 영역이고, 문체도 번역문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등단과정에서 외할머니의 후광이 있었던 점은 분명하다.

외할머니가 친근하게 지내는 최유찬(연세대.국문학)교수와 만나는 자리에 우연히 합석해 소설얘기가 나왔고, 최교수가 환타지 소설을 과감하게 추천해주었기 때문이다.

최교수는 추천사에서 "순수문학쪽에서 환타지소설을 의붓자식 대우하는 것은 적합치않다.

양질의 작품을 선별해 환타지라는 장르의 문학성을 계발하는 것이 문학계의 과제" 라면서 " '마왕의 기원' 은 탄탄한 문장구사능력이나 사물에 대한 정확한 관찰등에서 숙련된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고 평가했다.

사실 원보씨는 환타지소설과 같은 스토리구조를 가진 게임시나리오 작가로 이미 꽤 알려져 있다.

97년 인기를 끌었던 '단군의 땅' 이라는 머드게임의 시나리오를 썼고, 최근엔 PC통신 나우누리에 '엑시드맨' 이란 환타지를 연재중이다.

93년 고등학교 졸업후 7년만에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진학한 그는 영화나 게임 시나리오 분야 소설을 쓸 계획이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