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김태균이 저만큼이면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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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중앙포토]

자유계약선수(FA) 중 최대어인 김태균(27)이 일본 지바 롯데에 입단한 뒤 FA 시장에 강력한 후폭풍이 불고 있다. 김태균이 지바 롯데로부터 받은 대우(3년 최대 7억 엔·약 90억원)가 워낙 좋았던 탓에 두 번째 대어 이범호(28)의 눈높이가 올라갔다. 이범호는 17일 “일본구단의 조건을 듣고 이번 주 안에 결정을 내리겠다. 2년간 계약금과 연봉 1억 엔씩(총액 3억엔·약 40억원)은 받고 싶다”고 밝혔다.

나머지 미계약자는 이범호의 움직임에 따라 거취가 결정될 전망이다. 김태균의 계약이 이범호 마음을 흔들었고, 다른 FA들은 이범호 거취가 결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균이 일으킨 ‘나비효과’다. 

◆일본 베팅 기다리는 이범호=이범호는 지난 12일 원소속구단인 한화로부터 계약금 10억원, 연봉 7억5000만원을 제시받았다. 계약기간도 4년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져 총액은 40억원에 이른다. 한화로서는 최선을 다한 금액이었지만 이범호는 “일본구단의 조건을 먼저 들어보겠다”며 협상테이블을 떠났다.

현재 이범호가 가지고 있는 카드는 3개다. 한화의 조건을 수용할 수 있고,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롯데와 협상할 여지도 있다. 롯데는 한화보다는 돈을 더 줘야 하는 입장이어서 4년 총액 45억원은 돼야 이범호를 설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범호는 일본 구단의 제안을 먼저 들어볼 생각이다. 그는 “20일까지 일본 진출을 추진하겠다. 그러나 헐값에 갈 생각은 없다”고 못 박았다. 지금까지 지바 롯데를 비롯해 요미우리·야쿠르트·한신 등이 이범호에게 눈독을 들여왔다. 그러나 국내에서 홈런왕·타격왕 등을 하지 못한 이범호에게 일본은 외국인선수 평균인 6000만~7000만 엔의 연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년계약도 쉽지 않다.

일본 진출이 여의치 않으면 이범호는 롯데와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화 제시액보다 더 많은 돈을 줘야 하고, 한화에 줄 보상금(14억8500만원 또는 9억9000만원+보상선수 1명)까지 계산하면 롯데의 부담이 너무 크다. 한화 구단은 “이범호가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범호 계약 기다리는 선수들=장성호(32)·박한이(30)·최기문(36)은 이범호가 계약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화와 롯데가 이범호 영입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전성기가 지난 그들에겐 협상 제안조차 하지 않았다.

최희섭에게 KIA의 1루 자리를 내준 장성호는 고액 연봉(5억5000만원)이 걸림돌이다. 보상금이 최대 24억7500만원이나 된다. 1루수 김태균을 잃은 한화가 관심을 보이는 듯했지만 높은 몸값과 보상금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 오히려 한화는 롯데에서 FA로 풀린 포수 최기문에 관심이 있다.

박한이도 빼어난 좌타자이지만 세대교체 중인 삼성에서 입지가 좁았다. 다른 구단이 탐낸다 해도 보상금 또는 보상 선수를 주고 데려오기 쉽지 않다. 뜻밖의 구단이 나타나거나, 몸값을 낮춘 채 삼성과 재계약하는 길이 있을 수 있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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