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시늉만 낸 학교 홈페이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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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학교 홈페이지 이야기를 꺼내기가 부끄러워요. " 대구 K여중 2학년 朴모(14)양은 친구들이 학교 홈페이지를 자랑할 때면 할 말이 없어진다.

사진.동영상에 다양한 사이트가 연결돼 친구.선생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길 수 있는 다른 학교 홈페이지와 달리 학교 위치.연혁.교직원 현황 등만 글로 실려 있기 때문. 대구시내 각급 학교 홈페이지는 아직 상당수가 부실 수준이다.

학교 현황 등을 보고서마냥 한 페이지에 장황하게 늘어놓고 내용도 한참이나 지난 것들이기 일쑤다.

학교 알리기를 벗어나 학생.교사간 대화통로로, 공부에 도움되는 자료창고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초등생이 세계 최고의 독도 홈페이지를 만들겠다며 인터넷에서 독도 관련 홈페이지를 운영중인 네티즌들에게 자료를 요청할 정도로 학생들의 마인드는 앞서 있다. 홈페이지 운영 교사들에게 까다로운 질문을 하며 '인터넷 과외' 를 받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학교 등 교육당국의 인터넷 마인드는 아직도 20세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느낌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교육청에서는 홈페이지를 만들라고 재촉하지만 제대로 이를 관리할 인력은 없다" 고 말한다.

교사들중 컴퓨터를 잘 다루는 교사가 운영을 맡는데 수업 등 기본업무외에 추가로 일을 떠맡다보니 여유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대구시교육청은 이달말까지 모든 학교에 초고속 전산망을 구축할 예정. 시설이 마련되더라도 상급기관의 독촉에 쫓겨 성의없이 '만들고 보자' 는 식으로 홈페이지를 만든다면 교육정보화는 요원할 것이다.

시교육청은 실효성 있는 '가상교실'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학교도 더 늦기 전에 한번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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