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상자에서 나온
2억원에서는 심한
비린내가 났을 거야.
그렇잖음 왜 돈 들어왔다
자진신고 했겠어?
그러게 뇌물 바쳤다가
경을 치게 된 업체는
생각 잘못한 거지.
사과나 오렌지 상자를
꽉 채워 갖다 바쳤으면
조용했을지도 모르잖아?
요새 같은 세상에 '겨우'
2억원 받고 뇌물 먹었다는
소리 듣고 싶겠느냐고.
요즘 제 아버지 빚
2억여원 물려받고
파산신청 했다는
여덟살짜리 있잖아.
면책이 될 거 같다니
정말 다행이지.
그 애가 김치공장 하다
외환위기 때 부도내고
숨진 제 아버지 빚에
무슨 책임이 있겠어?
책임이라면 필시,
뇌물 따위 생각도 못하고
살았을, 그러다 망해 암에
걸려 빚만 남기고 가버린
제 아버지한테 있겠지.
또 1997년 외환위기 만들어
숱한 가장들을 파산시킨
그 어떤 이들한테 있고.
어쨌든 죄없는 애를
면책하는 건 당연한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경제불황이라는 암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한
그들에 대한 면책도
당연한가? 아님 누가
책임지긴 했던가?
굴비냄새 날 돈다발이
멀리서 아른거려서인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나네.
*숨진 아버지가 진 2억원대의 빚을 떠안은 여덟살짜리 남자 어린이가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그 어린이는 현재 면책심리를 받고 있다.
송은일<소설가>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