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기민당, 이번엔 섹스스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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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베를린 AFP〓연합]비자금 스캔들로 시달리고 있는 독일 기민당이 여성 재정 담당자의 섹스 스캔들까지 터져나와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독일 일간지 디 빌트는 14일 브리기테 바우마이스터(54.여.사진) 전 기민당 재정담당이 1990년대에 군수업체 티센의 위르겐 마스만 전 사장과 성관계를 가져왔다고 폭로했다.

이 신문은 바우마이스터는 마스만의 부탁을 받고 97년 헬무트 콜 당시 총리에게 수차례 편지를 보내 티센의 무기를 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종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결과 티센은 경찰용 장갑차와 잠수함 등을 한국과 인도 등에 수출할 수 있었다는 것. 또 일간지 쥐트 도이체 차이퉁도 바우마이스터와 마스만과의 특수한 관계는 기민당 비자금 스캔들의 연결고리를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마스만은 티센의 무기수출을 허용받기 위해 기민당 정부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 비자금 스캔들을 촉발시킨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발터 라이슬러 키프 전 기민당 재정국장의 탈세혐의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그가 티센의 무기 중개상 칼하인츠 슈라이버로부터 1백만마르크(6억원)를 받았고 이 돈이 콜 전총리가 관리하던 비밀계좌로 흘러 들어간 사실이 드러나는 바람에 비자금 스캔들이 시작됐다.

마스만은 91년 티센이 사우디아라비아에 탱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탈세.뇌물공여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바우마이스터는 볼프강 쇼이블레 기민당 당수가 94년 무기 중개상 슈라이버로부터 10만마르크(6천만원)를 받은 사건에 대해 쇼이블레와 엇갈린 주장을 펴 거짓말 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쇼이블레는 당시 10만마르크를 슈라이버로부터 받아 당 재정 담당자인 바우마이스터에게 넘겨줬다고 말했으나 바우마이스터는 슈라이버로부터 자신이 먼저 받아 쇼이블레에게 주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 돈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누가 최종적으로 돈을 갖고 있었는지는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두사람은 모두 공식석상에서 선서 증언을 통해 이같은 진술을 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 사람은 최고 징역 3년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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