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960년대 말 핵무장 여부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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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도쿄〓오영환 특파원]일본은 1960년대 말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내각 때 핵 무장 여부를 연구.검토해 핵무기 개발은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전략적 측면에서 핵을 가질 수 없다는 두 건의 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로야마 미치오(蠟山道雄.국제정치학)전 조치(上智)대 교수와 핵공학 전문가 등이 내각 조사실(현 내각 정보조사실)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것으로, 로야마는 "당시의 핵무장 불가 결론은 현 상황에서도 마찬가지" 라고 밝혔다.

보고서 내용과 작성자의 이같은 발언은 지난해 니시무라 신고(西村愼悟)방위청 정무차관의 핵무장 필요성 제기 이후 일본에서 핵무장에 관한 논의가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사토 내각은 68년 9월 '일본의 핵 정책에 관한 기초적 연구(1)' 를, 70년 1월 '일본의 핵 정책에 관한 연구(2)' 를 각각 작성했다.

이중 제1보고서(62쪽)는 핵 전력의 기술.조직.재정적 측면을 다룬 것으로 "원자탄을 소량 제조하는 것은 가능하고, 또 비교적 쉬울 것" 이라고 결론지었다.

보고서는 핵 재처리시설과 핵분열성 물질, 미사일 추진.유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고 있으며, "핵 폭탄 제조는 핵 재처리시설이 완공되는 72년 이후 가능하다" 고 지적했다.

일본은 현재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가진데다 고도의 로켓 발사 기술도 갖춰 핵무기 제조에 따른 기술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핵 전력의 전략적 측면을 다룬 제2보고서(28쪽)는 "일본은 전략.외교.정치적 구속으로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 고 못박았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핵탄두는 지하실험을 통해 개발해야 하지만 좁은 국토에서 실시하기가 어렵고▶인구가 밀집해 있어 적의 핵 공격에 취약할 뿐 아니라▶핵무장은 외교적 고립을 가져온다는 점 등을 들었다.

보고서가 중국의 핵 위협을 상세히 분석하면서 "일본이 어정쩡하게 핵무장을 하면 중국의 핵 공격을 받을 수 있다" 고 지적한 점에 미뤄 당시 내각은 중국의 핵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로야마는 "북한의 위협이 증대한다고 해도 핵무장과 관련한 일본의 상황은 30년 전과 같다" 며 "일본의 핵무장은 외교적으로 득이 아닌 손해" 라고 주장했다.

두 건의 보고서는 50~60부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토 내각이 68년 내건 비핵(非核) 3원칙(제조.보유.반입 금지)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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