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체포지시 '숨은 손'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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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이 지난 11일 밤 정형근 의원을 긴급체포하려 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은 비록 정기국회 등 피치 못할 사유가 있었지만 鄭의원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등에 대해 최근 3개월째 수사를 거의 덮어두다시피 해왔다.

이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청와대 진노설' 이 나돌고 있다.

청와대측은 최근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의원이 주장한 대통령 막내 아들의 미국 호화주택 거주 폭로에 격노했으며 鄭의원을 폭로 배후인물로 지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아무리 총선정국이라도 허무맹랑한 내용으로 대통령 가족을 음해해도 되느냐" 며 "허위폭로를 한 사람에게는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鄭의원 역시 기자의 질문에 "체포 지시자는 대통령" 이라고 단정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펄쩍 뛴다. 임휘윤(任彙潤)서울지검장은 "鄭의원 관련 고소.고발사건이 24건이나 되며 검찰의 거듭된 출석요구에 일절 불응해 긴급체포에 나섰던 것" 이라고 설명했다.

체포일을 9일로 정한 데 대해서도 검찰은 "국회 회기가 9일로 끝나고 총선 공직 사퇴시한이 13일로 잡혀 있어 그 중간의 날짜를 잡았던 것일 뿐" 이라며 특별히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검찰이 13일 밝힌 鄭의원 관련 고소.고발 사건은 모두 24건. 이중 鄭의원이 고소한 사건은 15건이고, 고소.고발당한 것이 9건이다.

그러나 鄭의원은 자신이 직접 고소한 사건은 물론 피고소.고발인 자격으로만 23차례 소환통보됐으나 한번도 응하지 않았다.

鄭의원 관련 사건 중 검찰이 크게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부산집회 발언의 金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언론문건 사건▶김근태씨 고문 사건▶한국BBS중앙연맹 맞고소 사건 등이다.

鄭의원은 지난해 11월 부산집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서경원(徐敬元)전 의원으로부터 북한 공작금 1만달러를 받고 1989년 노태우(盧泰愚) 당시 대통령에게 싹싹 빌어 빠져 나왔다" 고 발언, 국민회의에 의해 고발당했다.

신동재.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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