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마라톤] 이봉주, 아쉽게 준우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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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2시간 7분 20초.

이봉주(30)가 역경을 딛고 한국신기록을 경신하며 한국마라톤의 2시간6분대 진입에 청신호를 켰다.

이봉주는 13일 도쿄국립경기장을 출발해 오모리를 돌아오는 42.195㎞ 풀코스에서 벌어진 도쿄국제마라톤대회에서 자프게트 코스게이(32.케냐)와 숨가쁜 레이스를 펼친 끝에 1998년 로테르담 마라톤대회에서 자신이 세웠던 한국기록(2시간7분44초)을 24초나 앞당긴 한국신기록으로 골인, 2위를 차지했다.

이봉주는 우승한 코스게이에게 5초 뒤져 애틀랜타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되풀이했지만 홀로서기를 선택한 뒤 얻어낸 값진 기록이어서 감격은 어느 때보다 더했다. 올림픽 2회 연속 출전이라는 영예도 안게 됐다.

아시아최고기록(2시간6분57초)보유자 이누부시 다카유키(27)와의 한.일마라톤 자존심 대결로도 관심을 모은 이번 대회에서 이봉주는 2시간8분16초로 4위에 머무른 이누부시를 가볍게 제압, 일본 열도의 심장부인 도쿄에서 한국마라톤의 기상을 한껏 떨쳤다.

페이스메이커를 앞세운 선두그룹 20여명의 질주는 오모리 반환점을 돈 뒤 25㎞ 지점까지 계속됐다.

28㎞ 지점까지 형성된 10여명의 선두그룹은 30㎞ 지점을 통과하면서 하나 둘씩 처지기 시작, 33㎞부터는 이봉주.백승도(33.한국전력).코스게이.이누부시.알베르토 후스다도(33.스페인) 등 5명만이 남았다.

이치가야에 위치한 35㎞ 지점의 오르막길이 시작되면서 백승도가 뒤로 처졌고 이누부시가 눈부위의 알레르기 반응과 복통을 호소하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97년 후쿠오카 마라톤대회에서 이봉주에게 아깝게 우승을 내준 후스다도도 결국 처지면서 승부는 이봉주와 코스게이 두명의 대결로 압축됐다.

37㎞ 지점에서 코스게이가 앞으로 치고나가자 이봉주도 즉시 뒤따랐다.

39㎞ 지점에서 이봉주가 잠시 코스게이를 따돌렸지만 코스게이는 흑인 특유의 탄력을 앞세워 선두를 되찾았다.

이후 코스게이는 더욱 스퍼트를 올리며 도쿄국립경기장에 들어설 때에는 이봉주를 30m 가량 앞섰다. 이봉주가 우승을 향해 안간힘을 썼지만 최고기록(2시간7분9초)에서 앞서있는 코스게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편 백승도도 2시간8분49초의 개인 최고기록으로 5위에 골인, 형재영(조폐공사.2시간10분37초)의 기록을 뛰어넘으며 4월말 결정될 세장의 시드니 티켓 확보에 한발짝 다가섰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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