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화재 현장서 담배꽁초·라이터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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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6일 밤 부산 국제시장 아리랑상가상인회가 마련한 분향소에서 실탄사격장 일본인 사망자 유족들이 분향을 하고 있다. [부산=송봉근 기자]

‘부산 실내 실탄사격장 화재 참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6일 이번 화재가 담뱃불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정확한 경위를 추적하고 있다. 김중확 부산지방경찰청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화재 현장에서) 라이터나 담배꽁초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꺼지지 않은 담뱃불이 소파나 화약 잔류물 등 인화성 물질에 옮겨 붙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바닥에 떨어진 잔류 화약을 제거하기 위해 진공청소기로 매일 청소를 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이달 6일 사격장에 대한 소방서 안전점검에서도 ‘사격장 바닥 잔류화약 청소를 잘해야 한다’는 권고가 있었다. 실탄사격장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실내에서 담배를 자주 피웠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김중확 청장은 그러나 “방화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경찰은 ‘화재 당시 폭발음이 들렸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현장감식을 실시했지만 특정 물질이 폭발했다는 단서는 찾지 못했다.  

◆한-일 수사·취재 관행 차이=일본인 희생자 유족들이 묵고 있는 부산 코모도호텔 6층 엘리베이터 입구에는 16일 오후 경찰관 3명이 배치됐다. 정복에 무전기를 든 경찰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슬픔에 잠긴 유족들에게 취재진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 경찰관은 전했다. 일본인과 한국인 시신 10구가 안치된 양산 부산대병원 장례식장에는 15일 오후부터 기동대 1개 중대 70여 명과 경찰관 30여 명 등 100여 명이 배치돼 외부인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경찰은 “부산 주재 일본 총영사관으로부터 ‘한국 언론의 지나친 유족 취재를 막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 총영사관은 정운찬 국무총리가 양산 부산대병원을 찾았을 때 유가족들이 언론에 마구 노출되는 것을 본 뒤 협조를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간의 관행 차이는 사고 현장의 공개 문제에서도 드러났다. 일본에서는 대형 화재의 경우 화재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언론 취재를 막는다고 한다. 경찰은 “화재 원인이 규명되기 전에 기자를 접근시켰다가 일본 측의 항의를 받을까 봐 통제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초 사망자 10명 중 일본인이 8명으로 알려졌으나 유전자(DNA) 분석 결과 그중 한 명이 한국인 이종인(43·사격장 종업원)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통령, 하토야마에 위로 서신=이명박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부산 사격장 화재 사건과 관련해 “이번 사고를 우리 사회 전반의 안전의식을 점검하고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이는 사고가 난 관광산업에만 국한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해외 순방 중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위로했다”며 “무엇보다 원인을 철저하게 밝혀 유족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하토야마 총리에게 위로 서신을 보냈다.

부산=김상진·정선언·남궁욱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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