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춤추는 오리온스, 그 뒤엔 김승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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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전자랜드전에서 김승현이 머리 뒤로 패스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농구가 들썩거리고 있다. 오리온스 포인트가드 김승현(31·1m78㎝)이 돌아온 뒤부터다. 전태풍·이승준·문태영 등 귀화 혼혈선수의 가세로 예열을 마친 프로농구 코트가 김승현의 가세로 후끈 달아올랐다. 팬들만 신이 난 건 아니다. 9위로 처졌던 오리온스도 확 달라졌다. 순위 판도까지 출렁이고 있다. 프로농구를 손에 쥐고 흔드는 남자, 김승현때문이다.

◆말도 탈도 많았던 복귀=김승현은 복귀 전부터 프로농구를 한 차례 뒤엎었다. 이면 계약 파문으로 농구판을 떠들썩하게 했고 출전정지 징계가 18경기에서 9경기로 줄어들면서 다시 홍역을 치렀다. 김승현은 지난 7일 KCC와 경기에 앞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코트에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실력으로 모든 말을 대신하겠다는 각오였다. 김승현은 전태풍과의 대결로 눈길을 끈 이날 경기에서 9득점·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팀은 졌지만 허를 찌르는 패스와 경기 조율 능력은 예전 그대로였다.

◆오리온스 돌풍을 이끌다=오리온스는 최근 3연승을 달리며 2라운드 요주의 팀으로 떠올랐다. SK와 전자랜드를 차례로 잡더니 15일에는 선두 동부마저 72-58로 크게 이겼다. ‘김승현 효과’로 꼴찌를 다투던 팀이 6강 진출을 노리게 됐다. 오리온스는 김승현 복귀 뒤 평균 득점이 8점 가까이 늘었고 실점은 8점 떨어졌다. 김승현의 가세로 공수가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김진 SK 감독은 “김승현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무척 크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좋다. 김승현이 상대 수비를 허물고 부챗살처럼 공을 뿌리면 사방에서 슛이 터진다. 센터 허버트 힐뿐 아니라 김강선·이동준 등 국내 선수들의 득점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동부전에서 22점을 넣은 힐은 “김승현의 패스는 차원이 다르다. 골밑에서 쉽게 득점을 올릴 수 있게 해 준다”고 평가했다. 오리온스 특유의 빠른 농구도 되살아났다.

◆기록, 그 이상의 가치=김승현은 4경기에서 평균 9점을 넣고 6.7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동부전에서는 11득점·10어시스트로 복귀 뒤 첫 두 자릿수 도움을 올렸다. 하지만 기록으로 김승현을 다 설명할 수 없다.

선수들은 김승현의 복귀로 자신감을 얻었다. 움직이면 공이 올 거라는 확신을 갖고 쉼 없이 뛴다. 김승현은 상대 공격의 맥을 끊는 등 수비에서도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김남기 오리온스 감독은 “김승현은 혼자만 잘하는 게 아니다. 다른 선수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한다”고 말했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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