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사 졸업식 화제] 살인죄 재소자가 총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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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인 재소자가 독학사 시험에서 경영학과(科) 전국 수석을 차지,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상을 받았다.

주인공은 살인죄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9년2개월째 복역 중인 吳모(28)씨. 중학교 졸업이 정규 학력의 전부인 吳씨는 1997년말 대전교도소가 자체 운영 중인 학사고시(독학사)반에 들어가 98년 5월 독학사 1단계 시험에 합격했다.

吳씨는 지난해 12월 독학사 시험의 마지막 관문인 4단계 종합시험(6과목)에서 평균 84.25점을 얻어 경영학과 전국 수석(27명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살인까지 저질렀던 중졸 학력의 조직폭력배가 영어(囹圄)의 상태에서 3년 만에 대학 졸업장을 거머쥔 것이다.

吳씨는 90년 3월 경기도 안성에서 반대파 조직폭력배 1명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다.

吳씨는 수감 뒤에도 동료 재소자를 수시로 폭행해 교도소 내 징벌방을 네 차례나 오가는 등 교도소 안에서도 '골칫거리' 로 통했다.

96년 11월 교도소내 징벌방에서 정신수양을 하던 吳씨는 '인생을 보람있게 살아보자' 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는 곧바로 검정고시반에 들어가 6개월 만에 고졸학력인정 검정고시에 합격한다. 하루 14시간씩 책과 씨름한 결과였다. 식당이나 화장실에 갈 때도 항상 책을 가지고 다녔다.

11일 서울 서초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독학사 학위수여식에서 한국방송통신대 총장상을 받은 吳씨는 "출소 후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이수할 계획" 이라며 "그뒤 공부를 계속할지, 전공을 살려 취업할지를 결정할 생각" 이라고 말했다.

독학사 시험은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9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학사학위(대졸자격) 인정 제도로 한국방송통신대가 주관한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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