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산 백두산 설경 스키 타고 즐기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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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겨울 백두산은 온통 하얀세상이다. 설화(雪花)가 핀 나무와 눈덮인 땅만 하얀게 아니다. 그 속을 걷다보면 바람에 날리는 눈발에 눈썹이 하얗게 되고 종내에는 눈사람으로 변한다.

백두산에서는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자연설 위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 해발 1천6백m의 호텔에서 설상차를 타고 눈덮인 도로를 3㎞쯤 올라가 다시 도로를 따라 스키를 타고 내려온다.

그러나 도로가 구불구불하고 안전 펜스가 없는 것이 흠이다. 스키에 지치면 스노모빌을 타고 백두산 원시림을 누비며 설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온세상이 하얗고 춥기만한 눈과 얼음의 나라지만 장백폭포 아래에는 섭씨 80도의 노천 온천이 있다. 이 온천물로 달걀을 삶아 먹기도 한다.

민족의 영산에서 해돋이를 감상하러 천문봉(2천6백70m)까지 오르려면 든든한 체력과 철저한 방한 장비가 필요하다.

해발 1천8백m부터 2시간 남짓 걸어야 하는데 워낙 춥고 바람이 거세 글자 그대로 살을 에인다. 일출 등반길의 새벽 기온은 영하 20도는 보통이며 영하 40도를 밑돌기 까지해 사전에 준비를 단단히 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그러나 높이는 낮지만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어 산악인들에게는 겨울 산행지로 제격이다.

천지는 화산호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2천1백89m)에 있다. 한겨울이면 천지는 꽁꽁 얼고 그 위로 설원이 펼쳐진다.

일출때면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 발갛게 물들고 멀리 백두산 정상(병사봉.2천7백44m)너머로 둥그런 해가 머리를 내민다.

중국땅에서 바라보는 갈 수 없는 우리 산하. 비장함과 그 아름다움에 도취하다 보면 추위도 어느덧 잊혀진다.

백두산 정상부근은 5월까지도 눈이 덮혀 있다. 이제까지 백두산 관광은 주로 여름철에 실시됐다.

그러나 최근 모닝투어(02-3482-8888)가 겨울 백두산 체험 상품을 내놓아 산악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해돋이를 위한 정상 등반은 희망자에 한해서만 실시한다. 백두산과 더불어 일송정 등 룽징(龍井)의 독립군 유적을 돌아보고 투먼(圖們)에서 두만강 건너 북한땅을 바라보는 일정도 포함됐다. 3월초부터 매주말 5박6일(1백19만원)의 일정으로 출발한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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