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채 환매후 과제] '大憂' 끝?… 빚 분담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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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란(大亂)' 까지 우려됐던 대우채 환매 파문은 이제 일단락된 것인가. 전문가들의 답변은 "그렇지 않다" 는 것이다.

대우채권에 담겨있는 90조원의 빚은 여전히 누군가 떠안아야 할 과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 유동성 위기는 지나갔다〓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법인에 대한 환매가 시작된 8일 오후 2시 현재 주요 증권.투신사의 환매 규모는 3조1천6백63억원으로 개인투자자만 환매가 가능했던 전날보다(9천3백6억원) 3배 넘게 늘었다.

이에 대해 금감위 김석동 법규총괄담당관은 "이는 증권.투신사들의 자체 유동성만으로도 감당할 만한 수준" 이라며 "당초 50% 정도로 예상했던 환매자금의 투신권 재유입이 73%에 달하는 만큼 투신권의 유동성 문제는 사라진 것으로 봐야 한다" 고 말했다.

◇ 투신권 투자자 신뢰회복이 급선무〓유동성 위기는 벗어났다지만 환매자금의 투신권 재유입은 대부분 채권매입을 위한 장기투자용 상품은 외면한 채 단기수익증권(MMF) 등에 몰리고 있다.

특히 일부 대형투신사의 경우 개인투자자 환매자금의 재예치율은 3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행 등 타금융기관으로 빠져나간 돈도 대부분 1년 미만의 단기상품에 들어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단기 상품에만 돈이 몰릴 경우 기관투자자들의 장기채권 매입 여력이 없어져 단기금리는 떨어지고 장기금리는 오르는 등 장.단기 금리차가 더 벌어지는 시장 왜곡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신경제연구소 양경식(梁敬植)선임연구원은 이와 관련, "돈이 아무리 많이 풀려도 부실금융기관에는 갈 돈이 없는게 요즘 금융관행" 이라며 "투신권 구조조정을 조기에 매듭해 금융기관간 불신의 고리를 끊고 자금의 선순환이 이뤄지도록 하는 게 급선무" 라고 말했다.

◇ 대우부채 90조원 처리 끝나야 완결〓대우그룹의 부채는 지난해말 현재 88조9천9백7억원으로 그중 회사채만 대략 60조원에 달한다.

2.8환매는 그중 무보증채권 19조원에 대한 불끄기가 끝났다는 의미다. 이 19조원은 대략 개인투자자들이 약 8조~9조원, 증권.투신사가 10조원 정도를 떠안은 것으로 추산된다.

대우의 나머지 회사채 40조원은 채무조정 과정에서 은행이 20조원, 증권.투신이 20조원 정도를 떠안고 있다.

이는 이들 금융기관이 대우그룹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결과에 따라 원금을 찾을 수도, 최악의 경우 더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부도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18조원어치의 대우채를 6조5천억원에 인수했으므로 자산매각 결과에 따라 일정부분 손실을 떠안을 수도 있다.

여기에 리스.카드채권 등 대우의 숨겨진 부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어 대우사태의 완결까지는 아직 넘어야할 고비가 많다.

각 경제주체가 떠안은 대우 빚이 대우자동차 매각 등을 통해 확정되고 이를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판명된 후에야 비로소 대우사태가 매듭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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