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형있는 선진국'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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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 백악관이 사형 집행을 당분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함에 따라 인류의 가장 오래 되고,가장 가혹한 형벌인 사형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각 나라의 사형제도를 살펴본다.

◇ 미국〓사형제도를 갖고 있는 몇 안되는 선진국 중의 하나다. 미국은 1972년 인권단체 등의 요구로 사형제를 폐지했었다. 그러나 76년 범죄와의 전쟁을 이유로 41개 주가 이를 부활시켜 현재 37개 주에서 실시하고 있다.

미 사형정보센터(DPIC)에 따르면 76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사형이 집행된 건수는 6백10건이다. 지난 98년에는 68건으로 중국과 콩고에 이어 세계에서 세번째로 많았다.

사형제도를 시행하는 37개주 중 앨라배마 등 3개 주는 전기의자를 유일한 사형도구로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34개주는 주로 약물을 주사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등 5개주에선 가스형, 워싱턴 등 2개주는 교수형, 오클라호마 등 2개주는 총살형을 사형수가 원할 경우에 한해 허용하고 있다.

미국의 일부 주는 죄질이 나쁘면 미성년자도 사형에 처하고 있어 국제사면위원회 등 인권단체의 비난의 표적이 돼 왔으나 흉악범죄를 줄인다는 취지로 이를 강행하고 있다.

보수적인 공화당쪽은 물론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과 빌 브래들리 전 상원의원 등 미 대선 주자들도 공공연히 사형제도를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5년 동안 복역 중이던 앤서니 포터라는 사형수가 노스웨스턴대 학생들의 언론학 실습 과정에서 결백이 입증돼 풀려나는 등 사형수의 결백이 확인되는 일이 종종 발생했고, 최근에는 사형제도 폐지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와 배우 리처드 기어, 투투 주교 등 미국 내외의 저명인사 4천여명이 뉴욕타임스지에 전면광고를 내 사형제도의 중단을 촉구했다.

미국의 인권단체들은 "판결이 잘못된 것일 가능성이 전혀 없을 때만 사형을 집행하라" 고 주장하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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