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2000] 인터넷 다음엔 유전자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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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간의 유전자에 대한 정보가 낱낱이 밝혀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 암같은 불치병을 완치시키는데 그치지 않고 열등 유전자를 솎아내는 '유전자 감별' 까지 이른다면 그야말로 인류는 인터넷에 이어 또한번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일본과 독일의 공동 연구진은 최근 알츠하이머.다운증후군 등에 관련한 인간의 21번째 염색체 해독도 곧 완료될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 등이 주도하고 있는 인간게놈프로젝트는 늦어도 2003년까지는 인간의 모든 유전정보를 밝혀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생명과학.의학 등의 관련 분야에 획기적인 발전을 몰고 올 것은 주지의 사실.

그동안 대표적인 난치병이었던 암.알츠하이머 등 온갖 유전관련 질환들의 치료가 훨씬 수월해진다.

더 나아가 노화와 관련된 유전자를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인간의 수명은 대폭 늘어나 진시황도 이루지 못한 불로장생의 꿈이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각 개인의 유전정보가 담긴 DNA칩이 만들어져 미래의 신분증 역할을 하게 되면 범죄 용의자확인.친자확인 등에 쓰일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의 질병 및 건강상태, 장래의 발병 가능성 등까지 순식간에 판독할 수 있게 된다.

반면에 우려되는 것들도 적지 않다.

유전정보 검색 결과 장래에 치명적인 질병의 발생이 우려되는 사람들은 생명보험 가입을 거부당할 수 있다.

그리고 열등한 유전자를 지닌 사람들에 대한 '유전자차별' 이 지금의 신분차별.학력차별보다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지금도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문제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형편인데 '앞으로는 '유전자 프라이버시' 를 어떻게 철저히 보호할 수 있을지가 더욱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될 것이다.

미국의 인간게놈프로젝트 관계자들은 그와 관련한 윤리적.사회적.법적 문제들을 연구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로 다가올 '유전자 정보시대' 에 대비해 우리나라에서도 필요한 사회적 규범들을 마련하는 동시에 관련 제도와 법령 등도 서둘러 정비해야 하지 않을까.

최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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