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열풍 신풍속도] 요란한 패션에 야근 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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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벤처기업 메카인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내 마리텔레콤의 프로그래머 趙창연(24)씨. 그는 회사에서 '댕기 동자' 로 통한다. 어깨춤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 때문이다.

인터넷 전략 시뮬레이션게임 개발자인 趙씨는 "머리를 깎으면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을 것 같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에는 댕기동자가 두명 더 있다.

인터넷 삐삐서비스 업체 유인커뮤니케이션의 웹 개발자 金영진(28)씨. 그는 '밤에 출근하는 남자' 다. 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그는 낮에는 테크노바에서 춤추며 스트레스를 풀다 오후 7시쯤 일터로 나간다. 밤에 일해야 집중이 잘되는 습관 때문. 오전 4시쯤 설렁탕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1천5백여 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테헤란밸리내 신세대 직장인들이 패션.근무형태 파괴, 밤의 경제 활성화 등 3색(色)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자유분방한 유니섹스 옷차림에 머리를 쪼아매고 귀걸이를 한 신세대 남자 사원, 펑크 스타일 머리를 한 여사원 등 미국 '실리콘밸리형' 풍속도가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것.

또 낮 근무 파괴에 따른 올빼미족(?)이 대거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24시간 편의점.식당.포장마차 등도 야식(夜食)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능형 솔루션 개발업체 '라스21' 의 저녁 식사비는 월 6백만원. 직원의 25%인 50명이 매일 밤을 새우는데 따른 야식비다.

46개 업체가 보금자리를 튼 역삼역 부근 서울벤처타운 지하편의점의 경우 하루 매출 중 20~30%는 밤중에 벤처기업 직원들이 올린다.

T음식점의 崔모(51)씨는 "오전 4~5시 술을 전혀 먹지 않은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장사가 잘된다" 고 말했다.

역삼3동 주변 호객꾼(삐끼) 金모(26)씨는 "벤처 직원의 씀씀이가 크다는 소문이 나면서 삐끼들의 1순위 고객도 40대에서 젊고 '날티' 나는 20대 후반으로 바뀌었다" 고 말한다.

연세대 김용학(金用學.사회학)교수는 "개성 중심의 분권화, 네트워크형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과도기에는 공동체 의식이 퇴색하고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며 "벤처기업들이 이에 대비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양영유.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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