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내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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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휘자는 음악의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오케스트라의 선장이다. 오른손이 엔진이라면 왼손은 조타수다.

어느쪽인가 하면 주제페 시노폴리는 오른손보다 왼손을 더 잘 쓰는 편이다. 지휘대가 비좁을 정도로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온몸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결코 왜소해 보이지 않는다.

지난 26, 27일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를 이끌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선 시노폴리는 손목과 다섯 손가락으로 조합해낸 다양한 어휘의 신호를 구사했다.

오페라 반주로 잔뼈가 굵은 이 오케스트라는 독주 부분에서 금관악기까지 예외없이 '노래' 를 불렀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 , 모차르트의 '교향곡 제40번 g단조' ,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 을 들려준 첫날 공연은 레코딩 스튜디오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섬세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특히 모차르트 교향곡에서는 작품 내부에 켜켜이 쌓인 선율의 중층 구조를 해부해 동시에 흘러가는 다양한 선율을 느끼게 해주었다.

5년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실망했던 시노폴리는 예술의전당 무대가 마음에 드는지 내내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열성적인 연주로 보답했다.

첫날 공연에서 악기군의 앙상블이 돋보였다면 말러의 '교향곡 제5번' 을 들려준 둘째날 공연은 수석주자들의 독주 기량을 마음껏 뽐낸 무대였다. 느린 부분은 더 느리게, 빠른 부분은 더 빠르게 처리함으로써 극적인 효과를 자아냈다.

멘델스존 협주곡으로 국내 첫 무대에 선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진은 정상급 외국 교향악단의 협연자로 선정될 만한 실력을 갖춘 연주자는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파워가 부족해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2악장에서는 음정까지 불안하게 하는 빈약한 비브라토와 윤기 없는 톤으로 일관했다.

오케스트라의 두터운 벽을 뚫고 객석 구석에까지 파고드는 침투력이 부족했다. 특히 2악장에서는 오케스트라와 독주 악기를 긴장감 있게 연결해주는 장치의 나사가 풀려버렸다. 결과적으로 신예 바이올리니스트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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