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통합 대상 6 → 4곳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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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은 12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출석해 “진주·산청과 안양·군포·의왕은 실질적으로 통합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수원·화성·오산, 성남·하남·광주, 청주·청원, 창원·마산·진해 4개 지역만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이틀 전 행안부가 6개 지역 16개 시·군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내용과 다르다. 이 장관은 “발표한 것은 참고용”이라고 해명했다. 이틀 만에 말이 달라진 이유는 뭘까.

답은 공직선거법에 있다. 안양·군포·의왕, 진주·산청을 통합할 경우 국회의원 선거구가 문제가 된다. 현재 의왕은 과천과, 산청은 함양·거창과 한 선거구로 묶여 있다. 당초 안대로 의왕(선거인 10만2000여 명)과 산청(선거인 3만여 명)을 떼어낼 경우 남는 과천(4만5000여 명)과 함양(3만3000여 명)-거창(5만여 명)이 독자적인 선거구를 유지할 수 없다. 통합 지자체의 일부를 다시 떼어내 묶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경우 대표성의 원칙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선관위의 유권해석이다. 선관위는 행안위 한나라당 간사인 권경석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지자체의 경계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예외적으로 의원 정수가 부족할 경우 지자체 분할이 허용되지만 이는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획정안을 존중해 국회에서 판단할 사항이란 설명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거구는 각각 한나라당 안상수(의왕-과천) 원내대표와 신성범(산청-함양-거창) 원내공보부대표의 지역구다. 안 원내대표는 통합 추진과 관련해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통합을 밀어붙이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에 기댄 것”이라며 “반드시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안부 발표 직전에 열린 당정협의에서도 이런 지적이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입법부 사안이라 행안부가 자체적으로 통합을 추진할 수 없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행안부도 수긍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행안부가 6개 지역 통합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까닭은 뭘까. 행안부 정재근 대변인은 “발표 당시에도 6곳을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못 박은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율통합 ‘분위기 조성’을 위해 무리하게 발표를 강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원들의 직무유기라는 지적도 있다. 주민들의 통합 욕구가 높은 점을 무시한 처사라는 것이다. 실제 의왕(55.8%)과 산청(83.1%)은 통합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연세대 김종철(법학) 교수는 “주민들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선거구를 이유로 논의를 막아버린 것은 국회 편의주의식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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