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반달가슴곰 최대 ‘천적’은 올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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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지리산 국립공원에 방사된 반달가슴곰의 생존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농민이나 밀렵꾼이 설치한 ‘올무’(사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이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지리산에 방사한 29마리의 반달가슴곰 중 지금까지 8마리가 폐사했다. 이 중 3마리가 올무에 걸려 죽은 것으로 집계됐다. 4마리는 급성신부전 같은 질병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로 자연사했다. 나머지 한 마리는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이배근 복원연구과장은 이런 사실을 11일 전남 구례군 지리산프라자호텔에서 열린 ‘반달가슴곰 복원 발전방향에 관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이 과장은 “방사한 곰의 절반 이상(55%)이 올무에 걸린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지리산에서 살고 있는 반달가슴곰은 17마리다. 방사한 곰 16마리와 어미 곰이 자연에서 낳은 새끼 한 마리다. 방사됐던 4마리는 자연에 적응하는 데 실패해 사육시설로 되돌아왔고, 한 마리는 행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지리산에는 방사하지 않은 야생 반달가슴곰도 5마리 정도 서식하는 것으로 종복원센터는 추정하고 있다.

한편 암컷 곰의 행동반경이 수컷보다 더 넓은 것으로 파악됐다. 종복원센터가 전파발신기 등을 이용해 4계절에 걸쳐 지속적으로 반달가슴곰 8마리의 활동 범위를 추적한 결과다. 곰들은 또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해발 700m 정도의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 활동하다 가을과 겨울에는 해발 900m 안팎의 고지대로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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