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국화 맴버 주찬권 솔로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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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주찬권. 1980년대 한국에 록 열풍을 불러 일으켰던 그룹 '들국화' 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름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당시 '들국화' 의 드러머였던 그가 최근 '원 맨 밴드' 란 타이틀로 솔로 앨범을 선보인다.

'원 맨 밴드' 라는 말 그대로 이번 음반은 자신이 직접 프로듀서로 나서 작사와 작곡은 물론, 편곡과 연주까지 도맡아 완성했다.

'들국화' 가 기억 저편에 묻힌 채 10~20대의 음악팬을 겨냥한 댄스음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는 80년대의 친근한 '들국화적' 감성을 다시 퍼올린다. 30대 이상에게는 편안하고 쉽게 다가오는 곡들로 꾸며져 있다.

그의 이번 음반은 후배들의 왕성한 활동에도 기죽지 않고 의욕적으로 음악활동을 재개하는 점을 과시하듯 '시작해' 란 제목의 노래로 시작하고 있다.

대부분의 곡들은 표피적으론 '연정' 을 모티브로 한 것들이지만 잘 들어보면 음악활동을 포기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온 뮤지션의 남다른 고민이 묻어나 있다.

"내가 알았던 넌 연기에 없어/흩어져버린 담배연기처럼" 이란 가사로 시작되는 '안녕' 엔 블루스 리듬이 강하게 실려있고, '실망했어' 와 더불어 '그냥 내버려둬' '벗어나' 등엔 록과 블루스가 어우러져 있다.

기타와 드럼, 키보드를 도맡아 한 외로운 작업 때문일까. 연주는 다소 단조로운 감이 있지만 보컬이나 연주에 살아있는 '들국화' 의 향기가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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