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건의 소비자세상] '넷치기'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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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부터 매주 목요일 생활면에 '오승건의 소비자세상' 이 게재됩니다. 오승건씨는 한국소비자보호원 개원(1987년)이후 줄곧 해박한 지식과 톡톡튀는 글 솜씨로 소비자파수꾼 역을 맡아왔습니다.

넷치기를 아는가. 어떤 사람은 소매치기 네사람을 한꺼번에 부르는 말이라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머리 터지게 줄 서 있는 자리에 슬그머니 네번째 자리에 끼여드는 것이라고 우기기도 한다.

그러나 넷치기는 밀레니엄 시대에 새로 태어난 말로 인터넷으로 사기 치는 것을 뜻한다. 전자 상거래가 발전할수록 넷치기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다.

넷치기와 닮은 말인 소매치기는 길거리나 차 안 등 혼잡한 곳에서 남의 몸에 지닌 금품을 슬쩍 빼어 훔치는 행위 또는 그 도둑을 말한다. 대중 교통을 많이 이용하던 어려운 시절에 극성이었다.

시대가 변하면 치기배도 진화한다. '퍽치기' , '아리랑치기' 가 한동안 신문 사회면에 등장하더니 요즘은 인터넷 지식을 갖춘 밀레니엄 치기배 '넷치기' 가 자주 등장한다.

넷치기들은 힘들게 표적을 쫓아다니지 않는다. 그럴듯한 광고와 홈페이지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자동차 등 고가의 경품이나 사이버머니를 준다고 광고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든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보호원에서 인터넷 이용자 2천5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살펴봐도 넷치기의 피해가 심각하다.

응답자 중 15%(3백90명)가 피해를 입었는데, 특히 피해자의 17%는 쇼핑몰 웹사이트가 폐쇄돼 사업자에게 연락도 할 수 없는 황당한 피해를 당했다.

인터넷의 편리함이 새로운 시대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하면 넷치기는 부정적인 부분이다. 그렇다고 피해를 앉아서만 당할 순 없다. 넷치기의 수법을 알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무료 서비스나 지나치게 싼 가격, 과다한 경품 제공 등의 내용은 그대로 믿지 않는 것이 좋다. 사업자가 주소.전화번호.사무실 약도 등을 정확히 밝히는지 확인한다.

거래약관을 읽고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고, 보안 시스템을 갖춘 업체와 거래한다.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해결하기 쉽게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쓸데없는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업체도 경계대상이다.

개인간의 거래는 피하는 게 좋다. 피해를 입었을 땐 즉시 관계 기관에 'SOS' 를 친다.

오승건<한국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센터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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