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출토 반갑지 않아요" 경주 대형사업 늦어져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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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문화재 있는 곳에 사는게 무슨 죄인입니까. "

경주지역 공공기관.사업자들이 건설공사를 하는 곳마다 문화재가 출토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마장 등 대형사업은 물론 도로.병원.주택 등 상당수가 문화재 때문에 공사기간이 기약없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발굴비용도 엄청난 부담이다.

지난해 7월부터 문화재보호법이 공사업주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크게 강화된 내용으로 개정된 탓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주시 천북면 물천리.손곡동 일대 경주경마장 건설사업. 당초 2000년 1월 착공, 2002년 3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97년말 문화재 발굴이 시작되면서 당초 계획보다 3년가량 늦어지고 있다.

특히 오는 5월 문화재 발굴결과에 따라 사업취소까지 빚을 우려가 있어 경주시와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또 발굴비를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한 법에 따라 한국마사회는 지금까지 발굴에만 32억원을 들여야 했다.

경주시가 지난해 6월 착공한 강변로(금장교~대구선 철도.1㎞)는 도로 예정지 중간의 유림숲 일대 문화재로 같은해 9월부터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문화재보호법상 개발면적 3만㎡ 이상은 지표조사가 의무화되면서 시굴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오는 2월말 발굴이 끝날 때까지 일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구황로(배반사거리~구황교.1.1㎞)확장공사는 지난해 11월 문화재발굴신청을 했지만 언제 허가가 떨어져 착공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교육청은 황성동 경주여중 이전 예정부지가 발굴 끝에 최근 사적 419호로 지정되는 바람에 학교신축을 포기해야 했다.

민간인이 사업차질을 빚는 경우도 많아 충효동 송산병원은 부지에서 문화재가 출토돼 3년째 착공을 못하고 있다.

경주시 관계자는 "문화재가 출토되거나 출토가 예상되는 구역의 사업 차질이 속출하고 있다" 면서 "국가차원의 문화재 보호가 불가피하다고 해도 발굴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는 등의 일정한 보상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사업자에 의한 문화재 파손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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