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에 도둑고양이 "우굴"…교통사고 등 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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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회사원 김영균(38.대구 죽전동)씨는 얼마전 출근길에 옆차와 충돌할 뻔했다.

성안오피스텔(달서구 두류동)앞 달구벌대로 1차로에 죽어 있는 고양이를 피하느라 옆차가 달려오고 있다는 의식을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앞산순환도로.고속도로는 물론 대구 도심 도로까지 죽은 고양이가 거의 매일 발견되고 있다.

시민들은 "불쾌하기도 하지만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어 큰 문제" 라며 눈쌀을 찌푸리고 있다.

4~5년전부터 눈에 띄기 시작한 야생 고양이가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제 실시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 실태〓남구 대명동 정우아파트 옆 야산에서 한달전쯤 야생 고양이가 새끼 여섯마리를 낳아 아파트단지를 누비고 있다.

주민 趙모(35)씨는 "밤에 아파트 곳곳에서 고양이가 불쑥 불쑥 튀어나와 식은땀을 흘리곤 한다" 고 말했다.

달서구 송현아파트의 洪모(40)씨는 "밤마다 고양이가 울어 잠을 설칠 때도 많다. 고양이 없앨 방법이 없느냐" 고 하소연했다.

도심 아파트 거의 전부가 이런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고양이들이 먹이를 찾느라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는 바람에 음식물 쓰레기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등 위생상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환경미화원과 한국도로공사 직원들은 죽은 고양이 치우기가 새로운 과외 일꺼리로 대두됐다.

◇ 증가원인〓학계에서는 쓰레기분리수거를 야생고양이 이상번식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음식물만 따로 분리해 모아 둔 쓰레기봉투가 지천으로 깔려 엄청난 먹이 제공원이 됐다는 것.

게다가 고양이는 한 해에 2~3번씩 4~6마리의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도 왕성하다.

◇ 대책〓대구 팔공산자연공원 관리사무소는 새벽 등산객이 고양이 때문에 기급하는 일을 막기 위해 고양이잡이 틀 10개를 구해 15마리의 고양이를 생포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의 항의로 고양이 잡기를 포기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고속도로를 건너던 고양이들이 차량에 치여 죽는 경우가 많아 산을 깍아 길을 내지 않고 터널을 만드는 등 '통행로' 를 만들어주는 쪽으로 도로 설계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경북대 박희천(朴喜千.생물학)교수는 "고양이가 시궁창 등 비위생적인 곳을 돌아다녀 전염병의 전파도 우려된다" 며 "급한대로 우선 음식물 쓰레기통의 뚜껑을 제대로 덮어 고양이의 먹이를 차단하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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