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영화 '삼인삼색' 전주 국제영화제 출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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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디지털 영화가 필름 영화의 대안이 될 것인가.

이같은 화두가 오는 4월 28일 출범하는 전주 국제영화제(조직위원장 최민 영상원장)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이 영화제가 디지털 영화같은 실험적인 대안 영화를 전폭 지원하기 때문이다.

전주영화제에 선보이는 영화는 '디지털 삼인삼색' .키네코 작업을 거쳐 필름으로 전환돼 상영될 이 영화는 인터넷에도 올려진다.

3명의 감독이 3가지 분위기로 30분씩 6㎜ 디지털 카메로 그려가는 옴니버스 영화로 'N세대' 를 주제로 다룬다.

눈길을 끄는 건 우선 감독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는 점. '칠수와 만수' '이재수의 난' 의 박광수 감독과 영화 '귀년회가' 로 지난해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쥔 중국의 장위엔 감독, '도시 이야기' '다우징' 등 단편영화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김윤태 감독이 그들이다.

뉴욕에서 촬영할 '보일러' 준비로 눈코 뜰새 없는 박감독은 '여배우 이야기' 를 다룬다. 어느 포르노 여배우가 마음을 바꿔 충무로에 진출하면서 벌어지는 촬영 현장의 이야기. 정사 장면을 놓고 감독과 여배우가 티격태격하는 내용이 주가 된다.

"어떻게 보면 코미디고, 또 어찌 보면 슬픈 이야기가 될 것" 이라며 사람 사이의 횡적.종적인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다루겠단다.

장위엔 감독의 작품은 베이징의 한 카페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카메라와 인터넷을 통해 전세계로 방송된다는 내용. "시대의 변화가 주는 냉정한 현실에 주목하고 싶다" 는 그는 "카페 안 젊은이들의 행동과 감성을 통해 현대 사회의 생존 상황을 표현하고 싶다" 고 덧붙인다.

김윤태 감독은 전날 밤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택시 기사가 차 안에 설치된 위성항법장치를 이용, 기억의 그물망을 찾아가는 내용을 담는다. 실험성과 상업성 사이의 줄타기에 관심이 있는 그에게 디지털 영화는 피할 수 없는 도전이다.

'삼인삼색' 의 총제작비는 2억원. 웬만한 영화의 10분의 1 수준이다. 문제는 화소(畵素)수가 적어 화질이 거칠다는 점. 하지만 김 감독은 "현실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는 작품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있다" 고 낙관한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는 "기동력, 피사체에의 접근성, 값 싼 제작비, 편집의 용이함 등에서 디지털 영화의 잠재력은 크다" 며 "필름 영화와 디지털 영화가 공존하는 시대가 곧 올 것" 이라고 말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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