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사진자료 곁들인 서적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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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글과 사진을 결합해 자연과 문화를 읽어내려는 책들이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다. 책의 본성이야 문자에 있겠지만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책의 성격에 따라 사진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

반대로 화보 위주여야할 자연도감류에도 이야기를 담아 내는 책들이 늘어났다.

한 눈에 대상의 성격을 파악하면서 읽는 재미도 얻고 싶은 요즘 독자의 입맛에 맞춘 새로운 기획물들이다.

최근 현암사.김영사 등 국내 대표적인 단행본 출판사들이 이런 흐름을 이끌고 있다.

중견 사진작가 김중만씨의 '동물왕국' (김영사.3만5천원)은 아프리카의 자연과 동물의 살아있는 모습에다 열 살 된 아들과 그 또래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국내 최초의 아프리카 동물 사진집. 김영사가 책 한 권으로는 드물게 1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여한 야심작이다.

케냐의 마사이마라.나쿠르호수에서부터 잠비아의 빅토리아 폭포까지 4개월 여를 아내.아들과 동행하며 찍은 2만여 장의 사진 중 사자.표범 등 맹수와 코끼리.악어.하마 그리고 조류 등 1백75컷의 사진을 현장에서 얻은 야생동물의 생태에 대한 유익한 정보와 함께 담았다.

또 바위너구리.공작무늬 물총새.잔점박이 독수리 등 희귀 동물과 조류 등 40여종의 모습을 담아낸 것은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이 책의 성과물이다.

현암사가 1990년 이래 줄곧 펴내온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백가지 시리즈' 와 '쉽게 찾는 핸디북 시리즈' 는 아름다운 우리 자연과 문화를 생생한 사진으로 담아낸 책들이다.

꽃.나비.나무 그리고 짚풀.음식문화 등 우리 자연과 문화를 총정리하는 백과사전식 단행본으로 우리 책 문화에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 '우리가 알아야 할 우리 짚풀 문화 백가지' (인병선 글, 사진.2만원)와 '쉽게 찾는 우리 약초' (김태정 글, 사진.1만5천원)를 비롯 최근 김치를 사진과 글로 체계적으로 정리해 그 우수함과 다양성을 알린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김치 백가지' (한복려 지음.1만5천원)와 우리 버섯 2백59종을 사진과 함께 글로 설명한 '쉽게 찾는 우리 버섯' (김경숙 글.석동일 사진.1만8천원)을 지난해 말 출간해 주목받고 있다.

도서출판 사군자의 '서양문화의 역사1' (로버트 램 지음.이희재 옮김.1만5천원)와 '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기행' (정태원 옮김.예담출판사.1만5천원)은 서양과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글과 사진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한 책들.

문화사를 다룬 종래의 책들이 사진 게재에 인색했을 뿐 아니라 그나마 흑백사진이 고작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풍성하게 색채사진을 담은 '서양문화의 역사' 는 몹시 돋보인다.

그린데다 다시 그린 라스코동굴의 벽화(소그림)를 선명한 색채로 감상할 수 있어 '덧칠그림' 임이 실감난다.

중국계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소설가 진순신(陳舜臣)이 베이징.상하이에서 티벳.실크로드까지 중국 전역을 여행하며 지은 '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기행' 역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해설에 중국 구석구석의 문화유적 사진이 곁들여져 이해를 돕느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기호 소장은 "사진은 사실성을 바탕으로 왜곡 없이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시각자료보다 효과적이며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는데도 가장 적합한 수단인 만큼 개척의 여지가 무한한 분야" 라고 말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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