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해결사, 대란없이 해결되자 수만명 실직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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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기업의 Y2K 대책반에 근무 중인 李모(37)대리는 새해 들어 하루하루를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느낌이다.

1년전께 시스템통합팀에서 근무하다 컴퓨터 전문가라는 이유로 이 대책팀에 합류한 그는 Y2K 문제가 무리없이 해결되고나자 마땅히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으로 전 소속 팀마저 이미 인원을 대폭 축소한 상태여서 돌아갈 자리도 마땅치 않다.

李씨는 "윤년 처리문제로 다음달 29일까지는 대책반이 유지된다지만 회사에선 이미 우리를 버린 것 같다" 며 "현재 팀원 8명 가운데 팀장 등 3명만 원대복귀시켜 나머지는 대기발령 상태나 마찬가지" 라고 걱정했다.

새해 들어 Y2K 전문가들이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위기에 몰려 있다.

세기말의 대재앙이라며 기업마다 대책반을 꾸리고 부산을 떨면서 주가를 올렸던 전문가들이 새해 들어 별다른 피해가 없자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지난해 1월 중견 제조기업 B사에서 명예퇴직당했다가 Y2K 해결 특명을 받고 지난해 7월 복직됐던 鄭모(44.전산요원)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회사의 전산시스템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이달 초 다시 실직 상태로 돌아갔다.

4만5천여명의 인력이 투입된 공공부문에서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정보통신과학기술위원회와 정보통신부 간의 당정협의에서 'Y2K 해결에 참여한 사람들이 인사상 불이익이 없게끔 보장한다' 고 합의했지만 자리 마련이 쉽지만은 않다.

Y2K 특수를 누리며 지난해 매출액이 급상승했던 컴퓨터 컨설팅 업체들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일부 기업은 대량 해고의 극약처방까지 써가며 살아남기에 급급한 실정.

Y2K 전문 솔루션업체인 C소프트사의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매출액이 30% 정도 감소됐다.

한양대 전기전자공학부 이인환(李寅煥)교수는 "기업들도 단기적인 인력배치보다 정보통신분야의 급속한 성장속도를 고려해 이들 인력을 흡수하는 장기 대책을 세워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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