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금 당신이 이 책의 책장을 넘기면서 종이와 당신 손의 마찰로, 원자와 원자의 마찰로 빅뱅이 일어나 하나의 우주가 탄생할 수도 있다.”
학교에 바짝 조여져 있던 나는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우주를 탄생시켰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풀어지곤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채팅으로 알게 된 여학생과 편지를 주고 받았다. 내가 소설 속에 나오는 추리문제를 내면, 그 친구는 문제의 정답, 혹은 오답을 보내왔다. 『개미』로 인생을 배우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고교 졸업 이후 그 친구와 연락이 끊겼다. 다시 연락할 수 있다면 미안한 마음에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윤윤섭(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