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간 폐품모아 장학회 설립한 김학보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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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30년 전에 다짐한 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다행입니다. "

전북 김제시 금구면 금구리에서 20평 규모의 슈퍼를 운영하는 김학보(金學寶.66)씨. 金씨는 재활용품을 팔아 모은 수익금으로 쌀 2백50가마(3천8백여만원 상당)를 출연, 최근 '금학장학회' 를 설립했다.

이를위해 金씨는 30여년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마을이나 주변 저수지.낚시터에서 나오는 빈병이나 헌책.신문.깡통 등을 수집해 팔았다. 물론 여기서 나온 자투리 돈은 매일 은행통장으로 입금됐다.

수백원, 수천원씩 통장에 들어간 돈은 알토란처럼 길러져 어느덧 수천만원의 장학금으로 자라난 것.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를 3번이나 휴학한 끝에 5년만인 19살에 졸업을 했습니다. 고등학교도 입학만 해 놓고는 결국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이같은 과거를 가슴에 한처럼 간직하고 있던 金씨는 29살 때 결혼하면서 부인(宋福順.59)에게 "평생 장학사업을 벌이겠다" 는 다짐을 했다. 가훈도 '근면.검소.저축.사회봉사.준법정신' 으로 정했다.

그러나 종이꽃집을 하던 金씨는 생활이 너무 어려워 이를 실천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30대 중반 구멍가게를 맡아 운영하면서 점차 형편이 나아지자 장학금 기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술.담배를 입에 대지 않은 것은 물론 지금껏 다방 한번 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동안 金씨가 만든 저금 통장만 1백70여개. 농협.은행 등에서 받은 저축상장도 10개가 넘는다. 2남2녀의 자녀들이 학교를 다 마치게 되자 金씨는 몇년 전부터 매년 3~4명의 어린이들에게 중학교 입학금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 98년에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충효정신을 일깨워줘야 한다" 며 3백여만원을 들여 모교인 금구초등학교에 이순신장군 동상을 건립해주기도 했다.

오는 2월 금구초등학교에 금학장학금을 전달할 예정인 金씨는 "앞으로는 소년소녀 가장을 돕는 일과 무의탁노인 들을 위한 경로사업을 해보고 싶다" 며 활짝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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