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종교문제로 '겹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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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이 각 종교와의 갈등으로 고민에 빠졌다. 사교(邪敎)로 규정한 파룬궁(法輪功)은 물론 가톨릭과 티베트 불교 등 중국이 인정하는 종교와의 불협화음도 잇따르기 때문이다.

◇ 갈등〓중국은 지난해 말 파룬궁의 핵심 4인방에게 징역 18~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튿날 수십명의 파룬궁 시위대가 천안문(天安門)에 등장했다.

최근 베이징(北京)의 허름한 초대소(여관)는 지방에서 올라온 파룬궁 시위대와 이들을 붙잡아 데려가기 위해 역시 지방에서 올라온 관리들간에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중국은 교황권을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5명의 주교를 임명해 수교 협상이 논의되던 바티칸과의 관계가 얼어붙었다. 교황청의 실망스런 성명에 8백만명의 중국 가톨릭 지하신도들이 동요하고 있다.

7일엔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에 이어 티베트 불교의 제3 지도자로 알려진 제17대 카르마파 라마가 티베트 라싸를 탈출, 달라이 라마 주도의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 도착, 중국에 충격을 안겨줬다.

중국 정부는 카르마파가 불교예식에 사용할 악기와 전통적으로 착용하는 검은 모자를 구하기 위해 라싸를 떠났다고 밝히고 있으나 티베트 망명정부는 그가 망명한 것이며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고민〓종교와의 갈등이란 쉽사리 이겨내기 힘든 속성을 갖고 있어 중국 당국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종교단체들이 첨단 통신수단으로 무장해 단속 역시 쉽지 않다.

지난해 4월 수만명의 파룬궁 신도들이 핸드폰과 인터넷으로 연락, 공안(경찰) 감시를 따돌리고 중난하이(中南海)를 에워싼 사건은 아직도 중국 지도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남아 있다.

가톨릭도 마찬가지다. 1998년 6월부터 교황청이 자체 통신사인 '피데스' 를 이용해 중국에 인터넷 선교를 시작하면서 불화가 깊어지고 있다.

카르마파의 인도 망명은 티베트 망명정부의 인터넷을 통해 세계에 알려졌다. 티베트 망명정부는 자신의 주장과 활동을 수시로 인터넷에 띄우고 있다.

파룬궁의 교주인 리훙즈(李洪志) 역시 인터넷이나 핸드폰을 통해 중국내 파룬궁 신도들을 원격 조종한다.

파룬궁은 한족에 의해, 가톨릭은 서방 이방인에 의해,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 소수민족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중국 안팎의 민족에 의한 종교적 도전이란 점도 중국 당국을 곤혹스럽게 한다.

더구나 미국이 지난달 23일 중국을 세계의 종교탄압 5개국 중 하나로 지목하며 파룬궁과 티베트 문제 등에 관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 대책〓중국은 강경한 입장이다. 파룬궁을 사교로 규정한 뒤 관련자들을 사법처리하고 있으며 미국 체류 중인 리훙즈에 대한 추살령이 내려졌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교황청을 상대로 먼저 대만과의 관계를 끊고 중국내 가톨릭계에 간섭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라고 압박 중이다. 티베트 불교문제는 달라이 라마와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고 중국이 옹립한 판첸 라마 등을 앞세워 티베트 통치를 굳히고 있는 상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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