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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토세 - 담배세 맞바꾸기 말이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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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노벨상 수상작가인 헤밍웨이는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소설을 썼다. 시민의 자유를 위하여 자기 희생을 감수하는 용기있는 한 지성인의 이야기다.

최근 일부 정치인이 자기가 대변해야 할 시민의 의사와 반대며, 또 수혜자라 볼 수 있는 구청장들도 모두 반대하는 법안을 용감하게(?) 추진하겠다고 한다. 누구를 위해 종이 울리는지 모를 일이다. 그것은 서울 강남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종합토지세(구청의 세금)와 담배소비세(시청의 세금)를 바꾸겠다는 발상이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은 한숨짓고 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중앙정치가 이해할 수 없는 간섭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본래 중앙과 지방이 세금을 반으로 나누어 쓰는 것은 세계적인 표준이다. 그런데 우리는 8할을 중앙정부가 쓰고, 지방은 겨우 2할만 쓴다. 이 20% 중에서도 5%만 234개 시.군.구가 나누어 쓴다. 이 5%의 주종을 이루는 세목인 종합토지세마저 중앙정부는 국세로 일부를 떼어가겠다고 한다.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일부 정치인이 구세인 종합토지세가 강남에서 많이 걷히는 것을 의식, 시청 소관인 담배소비세와 맞바꾸자고 하는 것이다. 자치단체장들은 "중앙정부와 중앙정치인이 종합토지세를 가져가겠다고 서로 다투니 우리는 어쩌란 말이냐"고 말한다.

참다못한 서울시 25명의 구청장 중 22명이 지난 8월 2일 모여 "종합토지세와 담배소비세를 바꾸면 절대 안 된다"고 결의하고 서명했다. 게다가 얼마 전 서울시민 3000명에게 종합토지세와 담배소비세를 바꾸는 데 찬성하는가를 물었다. 그랬더니 73%가 반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반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방자치란 본래 한 지역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경쟁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살기 좋은 곳이 되면 토지가격이 올라가 토지세를 더 받는다. 이것을 다시 그 지역을 위해 재투자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토지세는 기업에서의 이윤과 같다. 이것을 부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또 담배소비세를 지방자치의 주 세목으로 삼겠다는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부도덕하기까지 하다. 왜냐하면 금연운동에 앞장서야 할 지방정부가 담배 판촉에 공무원을 동원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종합토지세는 매년 증가하는 반면, 담배소비세는 금연운동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올해, 내년 중 서울 은평구.강북구.용산구 등 강북지역의 종합토지세가 담배소비세보다 많게 된다. 그러니 종합토지세를 내주고 담배소비세를 구청 수입으로 받는다는 것은 강북지역 주민도 받아들일 수 없는 발상일 것이다.

앞으로 강남북의 균형개발은 반드시 실천되어야 한다. 그 대안은 있다. 지금 강북지역 대부분의 구는 백화점을 짓거나 호텔을 지을 수 있는 상업지역이 전혀 없거나 전체 면적의 1%도 안 된다.

따라서 건교부로부터 서울시에 위임된 도시계획권한을 일정범위 내에서 구청으로 이양한다면 강남북의 균형개발을 정부 돈 안 들이고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은평.길음.왕십리 등 10여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뉴타운을 개발할 때 용적률은 현행대로 유지하면서 초고층의 주상복합건물을 짓는다면 넓은 녹지를 확보할 것이다. 지하는 모두 주차장이 된다. 이것은 서울이 동아시아의 중심도시로서 홍콩.싱가포르.상하이(上海)와 경쟁해 이길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다. 또 자치단체가 자주적 세원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

권문용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장 서울 강남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