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외교참모들의 동북아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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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올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이 집권할 경우 미국 정부의 동북아 정책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화당 대선후보 중 선두를 달리는 조지 부시 주지사는 자신의 외교정책 가운데 동북아 지역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부시 후보의 대외정책 참모인 콘돌리사 라이스 스탠퍼드대 전 부총장과 로버트 죌릭 전 국무차관은 최근 격월간 포린 어페어스지 1, 2월호에 '부시 외교' 의 방향을 기고했다.

'중국.북한엔 채찍, 일본에 대해선 아낌없는 협조' 로 요약되는 이같은 외교방침은 앞으로도 논

란이 예상된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해본다.

◇ 중국은 동반자 아닌 경쟁자〓부시 후보는 클린턴 정부가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상정한 데 대해 불만이다.

중국은 21세기에 미국과 상대할 만한 강대국이 될 것이다.

하지만 사회주의 이념을 고수하고 인권유린 등 자유민주주의와는 동떨어진 통치 행태를 견지하는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로 인정해서는 안된다.

중국은 미국의 엄연한 경쟁자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해 국제무역 질서를 인정하고 대량 살상무기 확산 억지에 동참하는 등 미 국익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에만 그 입지와 지위를 인정해줘야 한다.

부시 후보는 대만 문제에 대해선 클린턴 정부와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미국이 대만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차단하고 대만의 자체적 방위를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또 중국이 무력을 사용하면 미국이 자동 개입한다는 의지를 재차 천명하는 등 보다 단호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 북한에 끌려가는 정책 중지〓부시 후보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억지를 자신의 대외정책 업적으로 강조하는 클린턴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의 강압적 외교행태에 유약하게 대처함으로써 북한을 잘못 길들였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물론 공화당이 집권해도 북한을 국제사회로 편입시키기 위한 미국의 포용정책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미국의 우방인 한국과 일본을 향해 호전적 행태를 견지할 경우 북한을 철저히 고립시켜야 한다.

북한이 협상 의제를 선점하고 미국이 이에 응했던 지난날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이 제시한 의제에 북한이 응하지 않으면 냉정한 무관심으로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현체제를 현실로 인정한 채 대북관계 개선을 시도하기보다 북한의 변화를 미 정부의 대북정책 목표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대(對)한반도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한국이 대북 포용 일변도 정책을 고수할 경우 미 정부의 대북정책과 상충될 가능성도 있다.

부시 후보는 한국 정부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제 개발 및 배치에 있어 적극적이며 일본과 한국의 동참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사일 방어체제 조기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부시 후보는 이에 따라 미국과 한.일 등 동북아 우방간의 미사일 방어체제 개발 및 배치에 대만이 참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입장 표명을 유보 중이다.

◇ 일본의 전략적 역할 확대〓동북아 지역의 안정을 위해선 일본의 역할 확대를 인정해줘야 한다.

물론 한국 등 역내 국가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을 것을 예상한다.

하지만 중국의 패권주의를 견제하고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억지하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를 확신시키려면 동북아 지역에서 일본은 매우 소중한 동맹국이다.

한반도에서 전쟁 등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新)미.일 안보가이드라인에 의거해 일본의 개입과 참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일 안보동맹은 유지돼야 하며 주일미군의 전략적 의미도 분명하다.

부시 후보는 또 동북아지역의 안보와 평화유지를 위해선 한국과 일본 등이 재정적 부담을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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