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에너지절약 조명기기부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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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나라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지만 지난 1.2차 석유파동 이후 큰 어려움 없이 각종 에너지를 쓰고 있다.

그러나 에너지소비가 연평균 10% 이상 급증함에 따라 해외의존도가 97%를 넘고 있다. 또 에너지 수입액이 총수입의 20%에 가까운 에너지 다소비국이 됐다.

현재 가장 시급한 에너지 절감책은 각종 전기기기를 고효율기기로 바꾸는 것이다. 가장 손쉽게 에너지 절약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조명기기를 고효율 조명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기존의 직경 40㎜ 형광등을 고효율 조명인 32㎜ 형광등으로 바꿀 경우 에너지 소비가 30% 이상 줄어들 뿐 아니라 수명도 두배 이상 늘어난다.

또 백열등을 전구식 형광등으로 교체할 경우 70% 정도 전력사용량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정부청사 등 12개 대형 공공기관은 총 25억원의 시설투자로 연간 8억원의 절감효과를 얻은 바 있다.

앞으로 정부는 이러한 고효율 조명사업을 민간부문에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도 자체 비용 부담없이 정부 및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의 자금과 기술 지원으로 절약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

정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지난해 10월부터 전국 33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공동주택 ESCO 시범사업' 을 추진해 점차 성과를 얻고 있다.

ESCO 방식은 공단이 직접 정부의 공적자금을 이용해 설치대상에 선(先)투자한 후 절감된 전기료만큼 시설비로 충당하고, 시설비 회수가 끝난 이후 발생하는 절감액은 사용자에게 되돌려주는 제도다. 실제로 경기도 인천의 한 아파트는 주차장.복도 등의 조명등 2천8백여개를 고효율 조명으로 교체해 전기요금을 3분의1이나 줄였다.

지난해는 에너지 관계자들에게 무척이나 힘든 한 해였다. 연초에 10달러선이던 국제유가가 연말에는 25달러를 넘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전에 다시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했다.

새해에도 전기료.기름값 등 각종 에너지 가격이 현실화되고, 국제유가도 상당기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고효율 조명기기를 적극 사용하는 등 에너지절약을 생활화한다면 보다 더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구조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홍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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