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가 1년만큼 길었죠" 대한항공 황용승 Y2K대책반 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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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99년 12월 31일 오후11시 59분 59초. 서울 강서구 방화동 대한항공 Y2K 종합상황실.

황용승(黃龍昇.52)Y2K 대책반 팀장은 6명의 팀원들과 함께 남아 마지막 '1초' 를 숨죽여 기다렸다.

드디어 2000년 1일 0시 0분. 다행히 모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그리고 9분이 흘렀다.

'서경 130도, 정상운항중. '

태평양 상공을 비행 중이던 서울발 LA행 KE017편 안상훈(安祥勳.44)기장의 짧은 보고 내용이 국제민간항공통신망(SITA)를 타고 들어왔다.

항공기와 운항시스템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된 것이다.

팀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黃팀장이 안심하기엔 아직 일렀다.

1일 오전 8시 40분 김포공항을 이륙한 KE1205편이 국제표준시 0시를 상공에서 맞으면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이 비행기에는 이건춘(李建春)건교부 장관과 심이택(沈利澤) 대한항공 사장이 동승하고 있었다.

"모든 게 정상" 이라는 교신이 들어온 뒤에야 극도의 긴장감에 짓눌려있던 黃팀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뿜었다.

97년 4월 대책반이 구성된 이후 2년8개월 동안 손꼽아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모두 4만3천6백여 건의 Y2K 문제와 밤새 씨름해야 했다.

"대책반 박명준(朴明俊.44)차장이 지난 3월 71세 부친의 임종을 곁에서 지키지 못한 불효를 저질렀을 때가 가장 마음에 괴로웠어요. "

黃팀장은 "지난해 화물기가 잇따라 추락해 최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Y2K 문제마저 발생한다

면 대한항공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는 위기감에서 이제야 해방됐다" 라며 팀원들을 부둥켜안고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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