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밀레니엄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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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뉴욕〓신중돈 특파원, 런던.리야드.티라나 AP.AFP〓연합]환호와 설레임으로 맞았던 새 천년의 시작은 오랜 기다림 만큼이나 많은 여운을 남겼다.

즐거움이 축제의 주조였으나 각종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화려한 행사 뒤에는 엄청난 쓰레기더미가 남았다. 런던시 당국은 사상 최대 밀레니엄 행사로 1일 아침 시 중심에서만 평소의 4배인 1백50t의 쓰레기를 치웠으며 이중 15%가 빈 샴페인 병인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에도 축하행사가 끝난 뒤 35t의 쓰레기가 거리에 널렸다.

뉴욕의 한 청소부는 "15년 동안이나 신년축하 행사 뒤 청소를 해왔지만 이런 난장판은 처음" 이라고 불평했다.

○…알바니아에서는 의미있는 평화의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1일 수도 티라나에서는 다 쓴 탄창 3만개를 녹여 만든 종이 타종됐다.

'평화의 종' 으로 명명된 무게 5백㎏의 이 종은 알바니아 북부 레제의 어린이들이 주워 모은 탄창을 녹여 이탈리아에서 주조한 것이다.

렉세프 메이다니 알바니아 대통령은 "평화의 종이 지난 97년 소요때 탈취된 50만점 이상의 무기를 자진 반납받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고 말했다.

○… '세계의 수도' 라는 명색에 걸맞게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타임스 스퀘어의 밀레니엄 맞이 행사는 3백만명의 인파가 발디딜 틈없이 가득 메운 가운데 열렸지만 별다른 사고없이 무사히 끝났다.

이날 행사장 주변엔 8천여명의 경찰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경찰에 체포된 사람은 경범을 저지른 14명에 불과했다.

○…지구촌 한편에서는 '행사금지' 라는 엄명아래 조용히 새 천년을 맞은 곳도 있다.

보수적인 걸프지역 왕정국가들과 예멘공화국은 31일 이슬람권의 금식월인 라마단 기간과 겹치는 뉴 밀레니엄의 도래를 외면했으며 특별한 행사도 벌이지 않았다.

이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최고 종교지도자인 압델 아지즈 빈 압달라 알 셰이크도 뉴 밀레니엄행사는 이교도들에게나 어울리는 이단행위라며 이슬람 교도들에게 2000년 1월 1일 행사를 무시하라고 촉구했다.

○… '세기의 도둑' 도 세기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1일 새벽 영국 옥스퍼드시 애시몰리언 박물관에 도둑이 유리지붕을 뚫고 침입해 19세기말 프랑스 화가 폴 세잔의 3백만달러짜리 그림을 훔쳐 달아났다.

이 박물관의 하비 관장은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건이 1일 새벽 1시30분쯤 옥스퍼드 시내거리가 온통 밀레니엄 축제에 들떠 있는 사이에 일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5천3백만달러의 거액이 걸린 밀레니엄 복권은 뉴욕시 맨해튼의 한 복권 판매대에서 팔린 것으로 밝혀졌다.

뉴욕복권국은 1일 행운의 복권이 맨해튼 웨스트 49번가의 가든 체크 캐싱서비스가게에서 팔렸으며 이 당첨자가 아직 복권국에 연락을 취하지는 않았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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