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돌아온 우묵배미 사람들 -SBS '왕룽의 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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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박영한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해 89년에 방영됐던 미니시리즈 '왕룽일가' . 도시 변두리의 작은 마을 우묵배미 사람들이 토닥거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그 '왕룽일가' 가 꼭 10년만에 주말극으로 돌아온다.

SBS에서 1월 1일부터 방영하는 주말극 '왕룽의 대지' (밤 8시50분)가 그것. 반가운 것은 사람들. 드라마이긴 하지만 오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 법.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먼저 주인공 왕룽(박인환)의 머리가 더 희끗희끗해졌다. 물론 구두쇠에다 굽힐 줄 모르는 고집은 여전하다. 하지만 댄스 교습소의 교하댁(김자옥)을 알게 되면서 도시의 소비문화에 맛을 들여 정체성이 흔들리는 모습이 코믹하게 그려진다.

또 전편에서 결혼해 브라질로 떠났던 딸 미애(배종옥)가 남편과 이혼하고 돌아온다. 드라마의 양념도 빼놓을 수 없다. '예술 한번 하실까요?' 라는 유행어까지 남겼던 쿠웨이트 박(최주봉)이 은실네(박혜숙)와 함께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다. 하지만 은실네를 여전히 '누님 누님' 이라 부르며 빈축을 사긴 마찬가지다.

여기에 신세대들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반항적인 이미지로 '제2의 정우성' 이란 별명이 붙은 장혁이 은실네의 아들 봉필로, 다소곳한 이미지의 소지섭 이 쿠웨이트 박의 아들 민호를 연기한다. 두 사람이 드라마 '학교' 에서 주목을 받았던 박시은을 사이에 두고 애정 싸움을 벌인다.

'왕룽의 대지' 는 봄.여름.가을.겨울의 4부로 구성, 사계절 풍경을 모두 담고 있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려 사전전작제를 내세운 이 작품은 모두 30부작. 현재 24부까지 제작. 지난 연말 종영한 SBS '파도' 에 이어 사람 사는 냄새가 흠뻑 묻어나는 드라마다. 주말 저녁을 훈훈하게 데울 수 있을지 기대된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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