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샴푸 한 방울 털려고 통 뒤집지 마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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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의 톡톡 디자인-38

  삼성디자인학교 ‘SADI’가 최근 ‘디자인 플로우’라는 주제로 제품디자인학과 학생들의 졸업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각종 어워드 수상작 및 학생들의 창의적인 발상이 담긴 결과물 총 60여 점이 전시됐는데요.

박선근씨의 ‘라스트 드롭’은 샴푸통입니다. 마지막 남은 샴푸 한 방울까지 쓸 수 있는 제품인데요. 샴푸통 아래 부분이 깔대기 모양으로 움푹 파여 있습니다. 여기에 꽂혀 있는 스트로우가 마지막 남은 샴푸까지 알뜰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더이상 샴푸통을 거꾸로 들고 털어쓸 필요가 없겠죠.

이상훈씨의 ‘클린 틸 더 앤드’ 역시 이와 비슷한 발상으로 만들어진 제품인데요. 보통 그릇에 남아있는 건더기나 국물을 먹기 위해 그릇을 살짝 옆으로 기울이잖아요. 하지만 이 그릇은 바닥 한쪽이 경사져 있어 굳이 기울이지 않아도 한 쪽으로 건더기와 국물이 모아집니다. 숟가락으로로 간편하게 떠먹을 수 있겠습니다.

또 다른 제품인 이상훈씨의 ‘라디오’도 시선을 끕니다. 얼핏 보면 평범한 라디오로 보일 수 있지만 그 기능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책 받침대나 보면대로 착각할 수도 있는데요. 착각이 아니라 그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평상시엔 라디오 기능이 내장돼 있어 벽에 걸어두고 들을 수 있지만 모양을 살짝 변형시켜주면 책이 쓰러지지 않게 해주는 책 받침대가 되고 또 다른 방향으로 돌려 놓으면 보면대가 됩니다. 책 받침대나 보면대로 사용하면서 라디오를 들을 수 있겠죠.

최재원씨의 ‘오이즈’는 줄자와 펜을 하나에 모아 둔 제품입니다. 줄자를 꺼내 길이를 잰 뒤 펜을 찾아 표시를 하려면 번거롭잖아요. 하지만 이것만 있으면 길이를 잰 다음 바로 펜으로 표기할 수 있습니다. 또 시작점에 달린 핀을 원하는 곳에 꽂으면 펜을 이용해 원을 그릴 수도 있습니다.

세면대가 여러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두 작품입니다. 박진선씨의 ‘파운튼 탭’은 세면대에서 양치질을 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세면대 오른쪽 부분 버튼을 누르면 물의 방향을 위쪽으로 바뀝니다. 양치질을 하고 입을 헹궈야 할때 위로 물이 나온다면 컵이나 손을 사용하지 않고도 편리하게 입안을 헹굴 수 있겠죠.

우선혜씨의 ‘리사이클링 배스 싱크’는 물을 재활용하는 세면대인데요. 씻은 물을 어떻게 재활용하는지 의아해하실텐데요. 수도꼭지 아래에 센서가 있어 손을 대고 씻을 땐 물을 배수구로 흘려보내지만 물을 틀어놓고 이를 닦거나 손이 센서와 멀어졌을 땐 흐르는 물은 재활용 배수관을 타고 저장고에 담은 후 다시 쓸 수 있게 했습니다. 작은 생각의 차이가 명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전시회였습니다.

글=이지은 기자, 영상=홍석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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