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키워드] 24. 에듀테인먼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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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코네티컷주에 GlobaLearn이라는 인터넷 회사가 있다(www.globalearn.com).이 회사는 '교육이란 흥미롭고 재미있어야 한다' 는 취지를 내걸고 학습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미국내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그런 취지 덕인지 학생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GlobaLearn은 세계를 여행하면서 현지의 풍물들을 매일 새롭게 전달한다.

그리고 현지의 어린이들이 사는 모습을 미국내 학생들에게 전해준다.

학생들은 교실이나 가정의 인터넷을 통해 매일같이 전해지는 정보를 검색한다.

그리고 때로는 더 알고 싶은 사안들을 탐사대에 요구하고 자신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지역의 탐사를 부탁하기도 한다.

재미를 가미한 볼거리.들을거리를 능동적으로 즐기면서 세계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다.

GlobaLearn사의 그 취지를 더 쉽게 얘기하면 '놀면서 공부하자' 쯤이 될 터다.

노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지닌 이들에게는 도전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다.

'컴퓨터 조금만 하고 공부해라' 고 아이들을 다그치는 부모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학부모가 아니더라도 '일하며 싸우자' 는 개발독재의 슬로건에 익숙한 세대들에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N세대로 불리는 신세대 학생들은 이미 놀며 공부하는 것에 상당히 익숙해 있다.

그들은 이미 멀티미디어를 통한 게임, 인터넷을 통한 검색, 그리고 MUD 게임 등으로 놀며 공부하는 것을 일상화하고 있다.

GlobaLearn사가 내건 학습과 오락 병행의 취지를 두고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라고 부른다.

에듀테인먼트의 원형은 아마 전자매체 시대를 연 텔레비전을 통한 학습이었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초기의 에듀테인먼트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전달방식이 일방적이어서 참여의 정도를 높일 수 없었고 자료가 한정적이어서 교과목에 정확하게 맞는 영상물을 준비하는데 교사들은 애를 먹었다.

에듀테인먼트는 디지털 기술발전으로 인한 멀티미디어의 대량 보급, 그리고 통신망의 확보 등으로 본격화됐다.

멀티미디어의 대량 보급은 문화산업을 촉발해 다양한 내용의 학습상품들을 개발케 만들었다.

학습용 CD롬 개발뿐 아니라 통신망을 통한 에듀테인먼트 교재의 보급에도 문화산업이 뛰어들었다.

에듀테인먼트를 뒷받침할 다양한 교재들이 개발 상품화됐다.

학생들은 교실 안과 바깥에서 지루한 강의를 벗어나 다양한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즐기게 됐다.

에듀테인먼트가 학습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멀티미디어를 통한 에듀테인먼트도 역시 간접경험에 불과한 것인 만큼 가상적 경험을 현실경험으로 착각하게 할 위험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인터페이스라는 차가운 공간이 따뜻한 체온을 가진 교사를 완전히 대신해줄 수 없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불행히도 엄청날 정도의 보급과 유행에도 불구하고 학습효과에 대한 체계적 검증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선뜻 교육의 총아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듀테인먼트는 교실에 새로운 자극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 모두가 짜증내고 지루해하는 우리의 교실 실정을 감안한다면 적극적인 도입과 연구가 필요하다 하겠다.

원용진 (동국대 교수.신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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