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인터넷 사기 피해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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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인터넷의 대중화로 활짝 열린 전자상거래 시대. 사이버 자동차 대리점과 딜러가 등장, 자동차 매매까지도 인터넷으로 이뤄지는 세상이다.

집이나 사무실에 앉아서도 24시간 쇼핑이 가능한 편리성과 중간상을 거치지 않는 직거래로 값도 싸 이용객이 급증추세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영 박사는 국내 인터넷 쇼핑시장 규모를 올해 3천8백억원, 내년에는 1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과 익명성 뒤에서 각종 사기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전자상거래관리사협회 하현 사무국장은 "사기사례와 피해자들이 늘고 있어 자칫 전자상거래 붐에 찬물이 끼얹어질까 걱정" 이라고 했다.

◇ 돈만 챙기고 잠적〓회사원 姜모(33)씨는 두달 전 사이버 사기범에게 20만원을 날렸다. 인터넷 사이트를 검색하다가 "10만원을 내면 유명백화점 상품권 등 50만원 어치의 상품권을 준다" 는 광고를 보고 두 계좌에 입금했다가 떼인 것. 홈페이지 개설자인 J사 대표 黃모(49)씨가 돈만 받고 잠적한 때문이다.

경찰 조사결과 黃씨는 지난 10월25~28일 회사 홈페이지인 'oktele.com' 과 'magicgold.co.kr' 에 '매직골드유통클럽 오픈기념' 행사라는 광고를 낸 뒤 자신의 계좌로 송금한 3백76명의 돈(3천7백60만원)을 찾아 미국으로 달아났다.

물론 상품권은 안보냈다. 姜씨는 "모집인원만도 5천명이었다. 설마 그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담당수사관은 "이 사이트에 국내 굴지의 5개 회사 홍보광고가 떠 있었고, 회사도 공기업인 한국통신 건물에 세들어 있어 구매희망자들이 속아넘어간 것 같다" 고 설명했다.

黃씨는 이 사이트와 일부 경제지에 '소액 벤처투자 안내' 라며 '2000년 10월 코스닥 등록준비작업으로 주식을 3백인 이상에게 분산시키고자 한다' 는 허위광고도 내 14명의 투자자들로부터 1천8백60만원까지 받아 챙겼다.

공무원 朴모(45)씨는 지난 6월 한 영농조합에서 운영한다는 쇼핑몰에서 쥐치와 돌김을 주문하고 물건값 2만5천원을 온라인 입금했다가 사기당했다며 소비자보호원에 신고했다.

입금후 3일만에 보내주겠다던 물품이 오지 않아 다시 쇼핑몰을 찾았으나 이미 사이트가 사라진 뒤였다.

◇ 10대들도 가담하는 사기극〓지난주 인터넷에 사이트를 개설, 연예.모델잡지 등에서 발췌한 연예인 사진들을 띄운 뒤 '원하는 여자와 섹스를 알선하겠다' 고 광고한 모대학 1년생 C모(19)군이 검찰에 붙잡혔다.

C군은 위조한 학생증으로 은행에 가명계좌를 개설하고 6명으로부터 1백55만원을 송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29일 부산지검에 적발된 K.L모(18)군. 이들은 지난 5월 'sorasguide.com' 'ultrax.com' 등의 홈페이지에 있는 게시판을 이용, 음란CD 판매광고를 낸 뒤 구매희망자 40여명으로부터 1백56만여원을 챙겼다가 붙잡혔다.

이들은 일반 음란물은 장당 1만원, 연예인 CD는 1만5천원이라고 광고했으나 실제 보낸 것은 공(空)CD이거나 만화영화 등이었다.

대량 구매희망자로 위장해 이들을 붙잡은 서울지검 특수2부 유상범 검사는 "음란물 속성상 피해자가 드러내놓고 이의제기를 못하는 허점을 노린 사기극" 이라고 설명했다.

유 검사는 "이들은 우체국 우편환이나 실명계좌로 돈을 송금받고 물건을 직접 전달하려해 접근이 가능했지만 만약 프로들처럼 가명계좌를 이용했거나 물건을 택배하는 수법을 썼다면 적발이 어려웠을 것" 이라고 말했다.

◇ 허위.과장광고 피해도 속출〓20대 주부 崔모씨는 지난 6월말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침구류 세트를 21만원을 주고 샀다가 낭패를 당했다.

崔씨는 "당시 쇼핑몰 화면에 침대커버와 매트리스 커버, 이불.베개가 한 묶음으로 돼 있어 실속있는 상품으로 생각했으나 배달된 것은 고작 이불과 베개 뿐이었다" 며 황당해했다.

崔씨는 회사측에 항의했으나 "원래 두 가지가 한 세트인데 스스로 해석을 잘못한 것인 만큼 환불은 해줄 수 없다" 고 버텨 두손을 들고 말았다. 중간에 추가대금을 요구하는 케이스도 있다.

모 백화점 물류팀의 李모(36)씨는 지난달 D사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마음에 드는 디지털 카메라를 발견, 대금 52만원을 지불했으나 뒤늦게 회사측으로부터 물건값을 더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D사측은 약속한 배달일자를 1주일 이상 넘긴 뒤 "물건값이 인상됐으니 7만원을 더 송금해야 물건을 보내주겠다" 고 통보한 것.

李씨는 "이미 낸 돈을 돌려받지도 못할 상황이어서 할 수 없이 추가송금을 하고 물건을 받았다" 며 "결국 속은 셈" 이라고 불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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