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水] 남편의 바람기에 ‘화풀이’ 질성형하는 그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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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어머나…원장님, 저기 좀 보세요!” 병원 대기실에 고개를 푹 숙이고 반성하듯 흔들림 없이 앉아 있는 그는 얼굴이 좀 알려진 유명인이다. 근엄하고 중후한 중년의 그가 마치 초등학교 학생이 선생님께 벌을 서고 있듯 표정까지 사뭇 진지하다. 어쩌면 신분을 제대로 밝히지 않은 회복실의 그녀가 유난히 잠을 많이 잔다 싶었는데 사실은 그 남편을 그토록 오래 공개적 망신을 주고 있는 것인가보다.

“지겨워요, 지겨워! 이번이 벌써 몇 번째야! 나 좀 어떻게 해주세요! 이곳을 몽땅 다 수술해버리고 싶어요” 분만 후 세월이 흘러 늘어지고 손상된 골반저근들 때문에 소변이나 대변이 새기도 하고 성감이 감퇴되기도 하고 상대에게 좋은 느낌을 주지 못해 고민하다가 질성형을 결정하기도 하는 클리닉에선 그녀같이 화풀이로 혹은 자학으로 수술을 강하게 요구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다.

남편의 외도로 인한 스트레스를 차마 사회 대중들이나 기타 주변사람들에게 못 밝히고 겉으로 평온을 유지해야하는 특수층 일수록 속으로 곪아 썩어들어가는 마음의 울화병은 더 심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런 병원 대기실에서라도 무릎을 꿇린 듯 억지로라도 몇 시간을 기다리게하며 남편을 비난하는 것 일수도 있겠다.

가슴 아프게도 그녀의 요실금은 의학적 필요에 의해 수술한 것이지만 중년의 고운 얼굴에 턱을 깍고 리프팅 실로 주름을 땡겨 올리고 유방을 수술하고 엉덩이에 지방 대체물을 넣는 등 그녀의 이해하기 힘든 성형 열정은 사뭇 병적이기도 하다. 그녀는 풀리지 않는 원한과 스트레스와 울분을 자신의 신체에 칼을 댐으로서 자학을 하는 것인가 보다.

언제나 당당했던 남편에게 그녀의 마지막 카드는 이혼및 재산분활소송이었다. 이번에 저렇게 잘못했다고 싹싹 빌며 병원 대기자실에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는 것도 다 그 덕분이란다.

결혼 생활과 자신의 자녀들의 인생을 망치게 할 수도 있는 남성의 외도, 바람기는 사실 그 역사가 인류 역사만큼 오래되었고 그 뿌리는 냉동 상태로 수억만년을 모질고 질기게 살아남는 DNA만큼이나 강하다.

아니 어쩌면 인류 진화학적으로 현재의 일부일처제는 종족 번식에 절대 불리하며 자연스럽지도 않을 뿐아니라 남성의 번식력을 상징하는 성욕이나 바람기는 절대 다수의 여성들과 마음에 내키는 대로 무제한 성관계를 해야 정상적이다라고 무언의 항변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단지 생물학적인 남성의 본능에 충실했으며 배우자인 아내가 크게 제제를 가하지 않는 한 혹은 상처받은 것이 일상을 불편하게 할만큼 깊다고 시위하지 않는 한 사회적 지위나 가장으로서의 위치, 금전등을 빼앗아가지 않는 한 언제라도 들키지 않게 혹은 들키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계속 해나가고 싶은 것이 그들의 솔직한 심정인것 같기도 하다.

테레사여성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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