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연비기준 강화에 건축자재 업체 ‘바쁘다 바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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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건축자재 생산업체인 LG하우시스는 중국 톈진에 150억원을 투자해 자동차 부품 및 원단 공장을 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한명호 사장은 “중국 내에서 이 분야 매출이 지난해 대비 두 배 정도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국내 최초로 엔진 상부 커버링 부품을 플라스틱으로 제작하는 기술을 상용화한 바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장섬유강화 플라스틱(LFT-D)을 이용해 철재 부품을 대체하는 부품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LG화학에서 분사하기 전인 지난해 말 기준으로 매출 2조3700억원 중 창호재가 34%, 자동차 부품 및 원단이 19%(약 4500억원)를 차지했다. 올해는 자동차 부품 및 원단 매출의 비중이 20%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축자재 업체들이 자동차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건축자재 업체들이 이 분야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이유는 각국의 친환경 정책 때문이다. 친환경 규제는 연료를 덜 쓰면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게 핵심인데, 그러기 위해선 자동차 무게를 줄이는 기술이 중요하다. 현재 일반 승용차의 무게는 65% 정도가 철·고무와 플라스틱 혼합물이 15∼18%, 경합금이 4∼8% 등이다. 대림대 김필수(자동차학과) 교수는 “무거운 철을 대체할 가벼운 소재를 얼마나 더 많은 부품에 사용하느냐가 향후 자동차업체들의 큰 과제고, 소재를 만드는 건축자재업체들에는 큰 기회”라고 말했다.

올 들어 각국이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자동차 연비 기준을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2016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승용차의 연비를 L당 16.6㎞(휘발유 기준)로 올리기로 했다. 유럽연합은 미국보다 훨씬 강한 연비 규제를 2012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 역시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자동차 연비를 단계적으로 L당 17㎞로 강화하기로 했다.

건축자재 업체로 이름난 한화 L&C는 지난달 29일 체코 프리데크미스테크에 자동차 내외장재를 생산하는 공장을 준공했다. 이곳에서는 첨단 소재인 섬유강화복합소재 (GMT)를 활용한 범퍼와 시트 구조물 등을 생산한다. 또 철처럼 단단하지만 잘 깨지지 않는 발포폴리프로필렌(EPP)을 이용한 부품도 만든다.

KCC는 자동차 유리의 경량화와 친환경 수용성 도료 기술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KCC의 계열사인 KAC(코리아 오토 글라스)에서 개발한 경량화 유리는 자동차 앞 유리의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두께를 0.3㎜ 줄였다. 이로 인해 앞 유리 전체 무게의 7%(1㎏ 내외)가 감소한다. 현재 현대차의 아반떼, i-30, 신형 에쿠스 등에 적용 중이다. KCC는 또 태양전지를 삽입한 자동차용 선루프를 개발하고 있다. 이 선루프를 설치하면 여름에는 차 내부 온도를 섭씨 10도 정도 낮추고 연비는 3% 정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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