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사법시험에 국제법 포함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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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사법개혁 추진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사법개혁 최종안에 따르면 앞으로 사법시험을 자격시험으로 바꾸고, 사법시험 선발인원을 2001년에 1천명으로 늘린다고 한다.

이러한 개혁안이 시행된다면 사법시험 합격자들에게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적으로 이들이 각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초 소양을 갖추도록 사법시험 과목도 조정돼야 한다고 본다.

우리나라 법학교육 내용이 사법시험제도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현실이다.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려면 우리나라 법체계의 기본원리에 관한 지식뿐만 아니라, 세계법률문화의 흐름을 이해하고, 국제적으로 중요한 법률 이슈와 법률이론의 변천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오늘날은 각국 법률문화가 고립돼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교류하고, 법률적용에 있어서 보편적 기준을 마련하려고 하는 강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법률문화의 흐름과 법률문화의 세계화 추세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분야가 국제법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외국제도를 흡수해 가면서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나라로서는 법률교육의 기초소양으로서 국제법에 관한 지식을 전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국제법은 단순히 국가간의 관계를 규율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제법을 통해 각국의 상이한 법률체계를 조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선 사법(private law)분야에서 국제무역거래에 적용될 각종 법률을 제정하고 있는 유엔 국제무역법위원회(UNCITRAL)의 활동과 정부간 기구인 사법통일연구소(UNIDROIT)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이들 기구는▶국제물품매매에 관한 협약▶국제환어음.약속어음에 관한 협약▶전자상거래에 관한 모델법 등을 제정할 뿐만 아니라, 여행계약.유언 형식 등에 관한 통일법도 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법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면 세계무역질서와 사법분야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국제공법 분야에서도 국제법위원회(ILC)는 국가책임.재판관할권 면제 등의 분야에서 성문화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보편성을 가지는 법 이론의 개발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모든 국가의 법 해석과 적용의 기준이 되고 있는 국제법 교육의 강화는 우리 법률문화의 세계화와 국제경쟁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

이와 함께 국제법의 발달로 인해 국제사법재판소.국제해양재판소.상설중재재판소가 설립됐고, 앞으로는 국제형사재판소도 설립될 예정이다.

이들 재판소의 재판관은 세계 각국의 상이한 법률체계를 균형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선임한다는 원칙이 서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재판관에 우리나라 사람을 진출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나라 국제법 전문가의 저변확대가 절실히 요망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사법시험제도는 우리나라 기존 법률체계의 기본원리를 이해.암기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국제법 교육의 강화를 통해 우리 법률문화의 시야를 확대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사법시험 필수과목에 국제법을 포함시키는 한편, 대학의 법률교육이 국제법에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제안하고 싶다.

黃龍植 외교통상부 조약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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