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산업단지 S전기 '가정 포기각서'요구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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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전기부품 제조회사인 충북 청주산업단지내 S전기가 경영혁신팀을 구성하면서 일부 직원들에게 '가정 포기 각서' 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S전기는 지난달 22일부터 내년 5월21일까지 모 컨설팅 전문회사로부터 경영 컨설팅을 받는 과정에서 경영 혁신 운동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직원 48명으로부터 가정 포기 각서와 사직서를 받았다.

가정 포기 각서는 "경영 혁신 활동의 목표를 기필코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위해 6개월 동안 가정을 포기할 것을 맹세합니다" 는 내용으로 부인 또는 남편의 도장을 받도록 돼 있다.

또 사직서는 "경영 혁신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에는 책임을 통감하고 사직하고자 하오니 재가하여 주기 바랍니다" 고 적혀 있다.

경영혁신팀원은 대다수 대졸 이상 학력자며 부서별로 1명 이상 차출(희망자 우선)돼 구성됐고, 오전 7시30분까지 출근해 퇴근 시간과 주말도 없이 일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이들은 일종의 혁신 운동 선봉대로서 현업 근무 대신 4개조로 나뉘어 컨설팅회사에게 교육을 받고 과제를 부여 받아 1주 단위로 이를 처리.제출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받고 있는 중" 이며 "각서나 사직서가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각오를 다지기 위한 것일 뿐" 이라고 해명했다.

또 팀원인 李모(34)씨는 "가정 포기 각서는 자발적으로 냈고 제출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며 "생산.경영 혁신 마인드를 전사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 중"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주여성민우회는 "혁신팀원들이 청소나 환경 미화에 투입되고 있다" 고 지적하면서 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와 연계해 인권 유린 등의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시정 촉구나 항의 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다.

현장 조사를 벌였던 청주지방노동사무소 김동훈 근로감독관은 "가정 포기 각서와 사직서는 회사가 받은 것이 아니라 컨설팅회사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며 "이런 종류의 사직서는 원인 무효" 라고 밝혔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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