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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손으로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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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명 기독교유아교육협회 천안지회장(아이캔유치원 원장뒷줄 오른쪽)이 동전 모으기 행사에 참여한 원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아이캔유치원 제공]

천안지역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이 한푼 두푼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 연말에 불우이웃을 돕기로 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쌀 한줌 모으기’ 행사를 벌여 (80㎏ 기준)50여 가마를 모아 결식아동들에게 전달했다. 이 같은 봉사활동은 송재명 한국기독교유아교육협회 천안지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장찬우 기자

“엄마, 신발정리 했는데… 착한 일 했으니까 저금통에 100원 넣어 주세요.”

순욱(7)이는 요즘 저금통에 동전이 쌓여가는 것을 볼 때 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빨리 저금통을 꽉꽉 채워 유치원에 가져가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착한 일을 한 뒤 엄마에게 칭찬 듣는 것도 좋지만 더욱 기분 좋은 일은 자신의 노력으로 채워진 저금통을 어려운 이웃에게 줄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기독교유아교육협회 천안지회(이하 기독유아교육협회)는 3년 동안 유치원, 어린이집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2007년과 2008년에는 ‘한줌 쌀 모으기’ 행사를 벌여 무려 50여 가마(1가마 80㎏)의 쌀을 모아 결식아동 등 불우한 이웃에게 전달했다.

올해는 천안시 천사운동본부와 손잡고 한 해 동안 동전 모으기 운동을 벌여 오는 11월 5일 전달식을 가질 예정이다. 기독유아교육협회 26개 유치원 및 어린이집 관계자와 아이들, 학부모 등 3000여 명이 동전 모으기 행사에 참여했다. 10월 29일 현재 이들에게 나눠 준 저금통은 95% 이상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돈의 가치보다 봉사의 가치를 먼저 가르치고 싶었다”는 송재명 기독유아교육협회 천안지회장을 만났다.

-기독유아교육협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기독교를 믿는 유치원, 어린이집 원장들의 모임으로 전국 규모의 단체다. 천안에도 오래 전부터 모임이 결성돼 있었지만, 친목 모임 성격이 강했다. 3년 전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단체가 되자는 뜻을 모아 쌀 모으기나 동전 모으기 같은 운동을 벌여나가고 있다.”

-천안에 회원이 3000여 명이나 되나.

“아니다. 천안에 26개 유치원, 어린이집 원장님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시설에 교사, 아이들까지 합하면 3000여 명쯤 될 것이다. 봉사 활동을 벌일 때 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회원이 3000명은 되는 셈이다. (웃음)”

-2007년, 2008년 쌀 모으기 행사는 성공적이었나.

“2007년에 (1가마 80㎏짜리)28가마, 2008년에 24가마를 모았다. 모아 놓고 보니 엄청난 양이었다. 다들 놀랐다. 고사리 손으로 한줌씩 모은 쌀이 이렇게 엄청난 양의 쌀을 모았구나 생각하니 눈물이 날 정도였다.”

-올해는 동전 모으기를 했다. 얼마나 모았나.

“아직 모른다. 저금통을 회수하고 있는 중이다. 대략 나눠 준 저금통의 95% 정도를 회수했다. 집계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꽤 많은 돈이 모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돈을 모았는지 보다는 어린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행복을 알게 해줬다는 것이 보다 더 큰 보람이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어땠나.

“솔직히 걱정을 많이 했다. 혹 다른 오해는 하지 않으실지, 귀찮게 생각하지는 않으실지,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봉사는 그 어떤 것보다 먼저 배워야 할 교육 가치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다. 막상 용기를 내고 나니 학부모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쌀 한줌 보내 달라 안내장을 보냈더니 한 가마를 보내주신 학부모도 있었다.”

-모아진 성금은 어떻게 쓰나.

“2007년, 2008년 쌀 모으기 행사는 천안시나 사회복지시설의 도움으로 필요한 이웃들에게 전달했다. 올해는 모아진 저금통을 천안시 천사운동본부에 전달한다. 11월 5일 전달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날 전달식에는 각 유치원, 어린이집 아이들이 참석해 재롱잔치도 벌인다. 이날만큼은 누가 뭐래도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아이들과 학부모, 교사들이 함께 벌이는 봉사활동은 그 어떤 교육보다 아이들의 미래를 밝게 하는 소중한 가치다. 앞으로는 보다 직접적인 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려고 한다. 1개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서 결식아동 1명씩을 맡아 지원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무료로 유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장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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