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륵한 초등생…1년 모은 13만원 저금통 불우이웃돕기 성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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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꼭 필요한 학용품을 사는 것 외에는 돈을 쓰지 않았어요. 하늘나라에 계신 엄마.아빠도 잘했다고 칭찬하실 거예요. "

1년 동안 차곡차곡 모은 13만3천원. 그 돈을 지난 15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내놓은 서울 동북초등 6학년 임승돈(林乘墩.11.서울 강북구 우이동)어린이.

승돈이는 지난해 여름 수마(水魔)가 서울 동북부 지역을 할퀴고 지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철부지였다.

지난해 8월 6일 오전 7시쯤 우이동 유원지일대에 쏟아진 폭우 때문에 승돈이는 엄마.아빠(식당업)와 당시 다섯살배기 여동생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다.

집뒤 야산이 무너져내리면서 승돈이 집을 그대로 덮쳐버린 것.

졸지에 혼자가 된 승돈이는 큰아버지 집에 살게 되면서 저축을 시작했다.

큰어머니로부터 매주 받는 용돈은 2천원. 승돈이는 친구들처럼 포켓몬스터가 들어 있는 빵을 사본 적도 없고 오락실에서 돈을 써 본 적도 없다.

승돈이는 13만3천원을 들고 수유4동사무소를 찾았다.

그리고 이 돈은 수십년째 어렵게 홀로 지내고 있는 송원권(宋元權.77.서울 우이동)할머니 손에 건네졌다.

장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승돈이는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만화가가 꿈이었으나 이제는 변호사가 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 는 갸륵한 마음씨를 내비쳤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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