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과거 10년 정체성에만 매달리지 않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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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민주당 대표(왼쪽 가운데)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정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1일 “민주당과 정세균이 과감하게 변하겠다”며 “민주정부 10년의 정체성에만 매달리지 않고 좌우를 뛰어넘어 진정한 서민정책으로 한나라당·이명박 정권과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내년 지방선거까지 6개월은 민주당과 정세균에 대한 시험대이자 한나라당·이명박 정권과의 진검승부가 될 것이며 그러려면 당의 과감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보수니 진보니 중도니 이념논쟁에서 초월해 서민·중산층에 도움이 된다면 심지어 우측의 정책도 취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과거 10년 민주정부의 정책과 일관성에서도 벗어날 수 있으며, 뉴민주당 플랜을 뛰어넘는 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적으로는 색깔 있는 정책을 과감하게 채택할 것”이라며 “교육·복지·노동 등 전 분야에서 과감한 정책전환을 시도해 정부·여당과 누가 진정한 서민정책의 대변자인지를 경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정 대표는 “(당의) 새 패러다임을 선도할 유능한 인재를 직접 나서 백방으로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 대표는 “10·28 재·보선 민심은 여당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정기조를 전환하라고 요구한 것”이라며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4대 강, 세종시 백지화, 언론악법 등 3대 현안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현안에선 강공을 계속할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차기 행보’ 본격화하나=정 대표가 1일 ‘과감한 변화’를 선언한 건 10·28 재·보선 승리에 따라 당과 본인의 노선을 ‘수권정당’ ‘대권주자’ 모드로 전환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한 때문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실제 정 대표는 지난 10개월 내내 대여 강경투쟁 노선을 고수해 왔다. 부족한 의석 수에다 본인의 취약한 리더십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에 이어 10월 재·보선까지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강경투쟁을 주문하는 비주류의 견제에서 벗어나 수권정당을 겨냥한 정책대결로 당과 본인의 지지율을 높여 나갈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우제창 원내대변인은 “정부 발목만 잡는 노선으론 수권은 안 된다는 지적에 따른 정 대표의 결단”이라고 전했다. 정 대표는 재·보선 직후 극소수 측근들과 2, 3일 만에 이 선언을 작성해 전격 발표했다는 전언이다.

정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자신의 이름을 네 번이나 언급했고 “이명박과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발언도 했다. 대표 취임 이래 15개월간 자신의 존재 부각을 꺼려 온 그로선 눈에 띄는 변화다. 주변에선 “재·보선을 치르며 자신감을 얻은 정 대표가 차기 행보(대권 도전)를 개시할 뜻을 처음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이날 정 대표의 선언에 대해 “정말 진검승부를 하려면 말이 아니라 진정성과 실천이 따라야 한다”며 “(민주)당을 끊임없이 투쟁 일변도로 몰아온 사람들이 함께 발상의 전환을 하지 않으면 정 대표의 선언은 언제 다시 폐기될지 알 수 없다”고 논평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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