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네티즌시대 두가지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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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내 네티즌 증가 추세는 실로 놀랄 만하다.

국내 네티즌의 수는 최근 몇년 동안 매년 1백% 이상의 폭발적 증가세를 보인 결과 99년 11월 현재 6백만명 이상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데, 오는 2000년에는 1천만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같이 인터넷 사용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전세계의 어느 곳과도 연결돼 다양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정보들을 제공하는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분으로 확실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단순한 검색 기능만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네티즌이 원하는 정보들을 빨리 찾아 잘 가공된 하나의 '멀티미디어 고급 정보' 로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대부분 정보는 단순한 수준에서의 이용에 그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인터넷 세대(N세대)들은 인터넷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웹서핑) 뉴스를 읽거나 필요한 상품을 구매하며, 연인과의 데이트장소와 가는 방법을 알아내는 등 인터넷을 통해 단순한 일상 생활정보를 얻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2000년대의 인터넷과 웹은 네티즌의 업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적 수단으로서 본격적으로 활용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 중에서 필요한 정보를 보다 빨리 찾고, 보다 고급의 멀티미디어 정보로 가공해 실제 업무양식과 생활양식에 보다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주요 관건이 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웹업무양식과 웹 생활양식이라는 신조어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편리한 인터넷과 웹이 우리에게 반드시 유익한 것만은 아니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1천만 네티즌 시대에 반드시 해결돼야 할 두가지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인터넷에서의 정보홍수(또는 정보스모그)현상은 정말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첫번째 문제다.

뉴욕대학의 닐 포스트먼 교수는 "정보의 유용한 흐름이 혼란의 폭포로 변했다" 는 표현으로, 그리고 미국의 앨 고어 부통령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Information' 을 빗대 'Exformation' 이라는 신조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현재 46만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있으며, 1주일에 대략 3천개 이상의 웹사이트가 새로 생겨난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더 늦기 전에 1천만 네티즌이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웹사이트를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길라잡이 정보를 제공하는 인프라의 집중 육성이 시급하다.

즉 인터넷에서 단순히 자료를 얻는 수준을 넘어서, 주어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공된 지식을 제공하는 인터넷 정보 2차 가공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두번째 문제는 첫번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올바른 인터넷 사용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인터넷은 항상 좋고 편리한 것이니까 무조건 배워야 하고 맹목적으로 많이 사용해야 한다고만 떠들 것이 아니라 인터넷 사용에 따른 문제점들, 예를 들어 개인정보 유출, 인터넷 중독, 불건전 정보에의 노출 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인터넷 문화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각에도 회원수만 늘리면 돈이 된다는 생각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수많은 오락.연예.저질 웹사이트들에서 우리의 젊은 네티즌들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네티즌들이 웹서핑으로 한순간의 쾌락을 제공하는 웹사이트만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라, 2000년대 지식기반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생산적이며 전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해야만 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식은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과 웹을 통해 찾아낸 정보를 독창적으로 응용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대학 수학능력 평가시험에 인터넷 정보 수집과 가공능력을 평가하는 영역을 포함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2000년대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다가오는 새 천년대에는 천연자원으로 대표되던 국가자원의 개념이 정보로 바뀌게 되고 동산과 부동산으로 대표되던 재산의 개념도 지식으로 바뀌게 되는 사고방식의 일대전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2000년대에는 우리 1천만 네티즌들의 웹서핑에 의해 생산되는 고급정보가 국경도 없는 사이버 국제정보화 시대에 귀중한 국가경쟁력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김형주 서울대 교수.컴퓨터 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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