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풀리는데 온정은 얼어붙어…이웃돕기 성금 IMF때보다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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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경기가 살아났다지만 불우이웃에 대한 관심은 경제가 최악이었던 지난해만도 못하다.

성금 모금 창구는 한산하기만 하고 복지시설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도 뜸하다.

새 천년 맞이를 위한 송년.경축 행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모습과는 딴판이다.

강원도의 경우 지난 1일부터 연말 이웃돕기 성금 모금에 들어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모은 성금은 13일 현재 2천5백만원. 지난해 같은 기간 1억여원의 25% 수준이다.

강원도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올해부터 성금 기탁자의 사진 등을 게재하지 않도록 한 뒤 언론사를 통한 기탁 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고 설명했다.

강원도 공동모금회는 1월 말까지 두달간 예년의 경우 8억~10억원 정도를 모금했으나 현재 상태로는 이의 절반도 모금하기 어렵다고 판단, 각계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전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현재까지 모금액이 1천5백여만원에 불과하다.

지난해엔 12억2천여만원을 모았고 올해에는 12억3천만원을 거둘 계획이었다.

전남 공동모금회 정동현(鄭東賢.60)사무국장은 "기업체.금융기관 등에서 사정이 어렵다며 고개를 흔들고 있다" 고 말했다.

전북 공동모금회의 경우 지난 1일부터 접수된 성금은 올해 목표액 6억5천만원에 턱없이 부족한 2백여만원에 불과하다.

서울 공동모금회는 학교.은행 등에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복지시설을 찾는 발길도 뜸하다.

춘천 오순절 보육원의 경우 학생이나 종교단체의 연례 행사를 제외하면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육원을 찾은 일은 올 겨울 들어 한 건도 없다.

대전시 관저동 노인복지시설 성애원에 이달 들어 13일까지 접수된 성금은 2백여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성애원 김정숙(45)생활복지사는 "경기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서민생활은 여전히 한겨울처럼 꽁꽁 언 것 같다" 고 말했다.

강원도 공동모금회 탁경명(卓景明.57)사무국장은 "요즘 과소비가 걱정된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불우이웃에 대한 무관심은 최고조에 달한 느낌" 이라며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관심이 필요한 때" 라고 말했다.

이찬호.이해석.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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