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고3 운전교육 현실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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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버려진 시간' . 한 교육전문가가 고3생의 수능시험 후 한달을 표현한 말이다.

갑자기 한가해진 학생들, 이들을 감당 못하는 교사들, 혹시 옆길로 새는 건 아닐까 안절부절 못하는 부모들. 모두 시계만 보며 한달을 10년처럼 보낸다.

"오전엔 학교에서 얼쩡거리죠. 오후엔 어딜 가는지도 모릅니다. 화장술을 배우다 도망간 남자 애들을 학교는 일괄조퇴로 처리합니다. 아들의 3년 개근이 날아갔죠. "

더 안타까운 일도 있다. 지난 주 교통사고로 고3생이 여러명 죽었다. 강원도 강릉에선 남의 차를, 경남 창원에선 부모 차를 몰래 빼낸 고3생들이다. 달리는 흉기에 친구들을 태우고 밤길 무서운 줄 모르고 달린 이들을 탓하기만 할 것인가.

고3생 운전은 현실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자신도 위험한 교통환경에 자식을 선뜻 내놓을 수 없다. 면허 따기를 말리지만 자동차 주차위치가 밤새 바뀐 걸 보곤 아차 한다.

여기 저기서 어정쩡하게 운전법을 배운 것이다. 오토바이의 스피드감을 자동차로도 원하는 이들의 교통사고는 그래서 났다 하면 정면충돌.사망이다. "안된다" 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이다.

'고3생 운전 가르치자' 는 칼럼 게재(12월 2일자 본란)후 고3생 교육과정에 운전.자동차 정비를 정규코스로 가르치자는 제안이 잇따르고 있다. 한 부모는 수능 후 한달을 오히려 황금기회로 보기도 한다. 경쟁에만 익숙한, 부담에 찌든 아이들을 자유롭고, 협동하는 사회인으로 키울 계기라는 의미다.

내년 수능 후 한달을 위한 고3생의 과학운전 프로그램을 개발하자. 교육부만이 아니라 경찰청.건설교통부.지방자치단체, 교통전문가, 자동차 제조업체, 보험업계가 함께 나서야 한다. 교사.강의장.교재는 문제가 아니다.

과학선생님이 교실에서 자동차 폐엔진을 분해.조립하며 부품 각각의 기능을 가르치고, 윤리선생님은 도로교통법의 안전수칙을 공동체 의식으로 승화시키며, 부모들이 실기연습을 맡아도 된다.

잘하면 나라 효율을 한꺼번에 올릴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음성직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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