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재보선의 교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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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호 35면

외면하고 싶어도 맞닥뜨려야 할 진실이 있다. 정부·여당에 10월 28일 재·보선 참패가 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여당 패배의 원인분석은 대체로 비슷하게 모아진다. 4대 강 정비와 세종시 원안 수정과 같은 일방적 정책추진, 그리고 김제동·손석희 하차와 같은 관치 시비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분석은 여론 흐름상 보았을 때에도 특별히 틀린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몇 가지 의문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은 있다. 즉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 국면, 그리고 야당을 압도하는 여당의 높은 지지도는 도대체 무엇이었느냐는 것이다. 이번 선거기간에 이뤄진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지지도는 대략 40%대를 유지했으며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야당인 민주당에 7%포인트 이상 앞섰다(리얼미터 10월 28일자 발표 자료). 이 같은 수치에 근거한 정부·여당의 승리에 대한 기대감은 결국 오해에서 비롯된 것임이 재·보선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그동안 대통령과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 상승은 신뢰라기보다 ‘안도감’ 또는 ‘기대감’에 가까웠던 것이다. 사실 이 대통령의 지지도 상승 현상은 지난여름 이후에 내놓은 ‘중도실용’이라는 국정기조 변화에 반응해 등장했다. 그 이전의 대통령 지지도는 30%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 같은 현상이 함축하는 의미는 중도실용 이전의 국정기조는 잘못되었다는 것이 된다. 이를 뒤집으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경고가 될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에 대한 불만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하나는 고·소·영, 강·부·자로 상징되는 특권층 중심의 정책이다. 또 다른 하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으로 상징되는 강압 통치 시비다. 달리 말하면 이 대통령 지지도는 초기 국정기조에 대한 반성 속에서 진정한 변화 태도를 보여야만 올라갈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이명박 정부의 성패를 판가름할 내년 6월 지방선거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지방선거에서도 같은 현상은 반복될 수 있다. 지방선거의 결과를 좌우할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이명박 정부가 국민이 원하지 않는 정책을 포기할 것인지 여부다. 4대 강을 필두로 이명박 정부가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하는 정책들은 지방선거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4대 강 사업은 친서민 정책의 진정성을 의심케 만드는 상징이 돼가고 있다. 4대 강 정책은 여당의 전통적 무기인 ‘지역발전론’마저 무력화시킨다. 국민이 별반 원치 않는 4대 강에 들어가는 예산 규모가 너무 크게 나타나면서 여당 후보의 지역발전 공약이 믿음을 줄 수 없게 된다.

둘째는 분열돼 있는 개혁·진보 진영의 통합 문제, 이른바 반MB 대연합의 성사 여부다. 최근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 정당들의 지역구별 득표율은 대략 10%를 육박한다. 광역단체장 수준의 선거에서 진보 진영 거물급 후보들의 경쟁력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은 반MB 연합의 중심을 자임한다. 따라서 지방선거에서 반MB 대연합의 주도권을 싸고 야당 지지가 분열되면 광역단체장 선거 등을 중심으로 한나라당의 어부지리가 나타날 수 있다.

지방선거의 셋째 변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고정 지지층 비율이 높은 박 전 대표의 경우 현 정부의 주요 정책에 대해 차별적 입장에 서면서 나름대로 친박 세력의 선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또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의 계기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 내부의 분열이 일어난다면 지방선거는 더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가 과거 2002년 지방선거 때와 달리 그 위력이 쇠퇴할 수도 있다. 아무리 박 전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과 차별화를 시도한다 해도 여당의 정책 실패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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